박창배 증권거래소 이사장

"주가조작은 테러행위 처벌 강화해야"대담: 김희중 증권부장 jjkim@sed.co.kr "주가 조작은 테러행위입니다.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주가조작 등과 같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일반범죄보다 더욱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이 같은 경제범죄에 대해 관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희 증권거래소는 앞으로도 주식불공정거래로 인해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극적인 한 해를 보낸 박창배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주가조작을 통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작전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면서 "내년부터는 주가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해 시세조종 세력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계획이다"며 강조했다. >>관련기사    성실성으로 자기분야 '최고' 미국 테러참사로 종합주가지수가 460선대로 추락하며 증시 붕괴위기 우려감이 팽배했으나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로 이달초 700선을 돌파하는 한국증시의 역동성을 지켜본 박 이사장은 주식시장이 힘을 회복하며 한해를 마치긴 했으나 '○○게이트' 등 잇따른 주가조작사건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으로부터 올해 주식시장을 마감하면서 느끼는 소회와 내년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연초 반짝하다 내내 힘겨워하던 주식시장이 테러사태후 급반등하며 그런대로 안정세를 회복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올 우리 주식시장은 말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올 한국의 주식시장은 우려곡절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경제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들이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고, 아시아의 4룡이라 불리는 홍콩ㆍ싱가폴ㆍ타이완 등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경제는 3ㆍ4분기 1.8% 성장에 이어 4ㆍ4분기도 성장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의 주요 분석기관들과 언론들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에 대한 찬사와 함께 한국증권시장을 세계경기침체의 피난처로 비유할 정도로 아주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의 우호적인 펀더멘털과 함께 외환위기후 추진해온 강도 높은 구조조정노력도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주가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증권거래소가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여느 해보다 주가조작사건이 터져 사회ㆍ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주식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시세조종행위는 선량한 투자자들에 대한 테러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증권거래소가 첨단시스템을 동원해 불공정거래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나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다시 뒵집어 생각하면 증권거래소의 감시기능이 그만큼 철저하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지요. 불공정거래는 사후조치보다는 사전예방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증권거래소는 이를 위해 지난 7월 신종합감리시스템(COSMOS)을 가동해 이상징후 매매를 장중에 실시간으로 자동 적출해 즉시 대응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의 등록회사수가 700개사를 넘으며 거래소의 상장기업수를 추월했습니다. 증권거래소도 우량기업의 거래소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데 성과가 어떻습니까. ▲먼저 코스닥 등록기업수가 날로 증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시장의 상장기업수의 급속한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에 비해 대형·우량기업 중심시장인 거래소의 최근 2년간 신규상장기업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거래소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150개 회사를 방문하고 서울ㆍ부산ㆍ대구ㆍ광주 등에서 상장설명회를 가졌습니다. 또 이달초 우량기업의 CEO를 초청해 제가 직접 상장에 대한 안내를 하는 등 상장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성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증시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관투자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국내 증시의 기관투자자는 외환위기 후에 그 역할이 크게 축소된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97년말 기관투자가의 시가총액 비중은 26%대였으나 지금은 10% 초반대까지 줄었습니다. 반면 외국인의 비중은 작년말 13%대에서 11월말에는 36.9%로 높아졌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비율이 50%이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적습니다. 외환위기후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권 등 기관투자자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감독규제강화 등으로 기관의 증권투자여력은 크게 감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자산운용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간접투자상품의 만기구조를 중장기화하는 등 증권투자의 안정성을 높일 때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주가지수선물렛?션시장이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거래가 급증하고 투자자가 늘고 있습니다. ▲시장개설초기에는 파생상품의 복잡한 거래구조 및 높은 위험성으로 투자를 주저하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며 접근하기 쉬운 상품으로 인식되고 투자원금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주식투자자의 거래편의를 위한 제도, 현물과의 연계거래 및 홈트레이딩 등을 통한 온라인거래의 기반이 되는 전산시스템 등의 구축과 외환위기에 따른 시장변동성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봅니다. -내년 1월28일 개별주식옵션시장이 개설되는데, 그 효과에 비해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비경제적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저는 이번 개별주식옵션시장개설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단순시세차익만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일부의 투자패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을 이용해 주가하락의 위험을 회피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개별주식옵션시장이 개설되면 이 문제가 해결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영역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그동안 기관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차익거래도 가능해집니다.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래시스템을 이미 개발했고 24일부터 한달동안 최종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상장법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증권거래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정부와 협의를 거쳐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 선정 및 우대방안을 마련했고 외부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올 6월28일에 모범기업 등을 선정해 시상했습니다. 또 3월부터 8월까지 상장법인의 지배구조 개선사항의 수용실태를 조사ㆍ평가해 그 결과를 해당법인에 통보했고 모든 상장법인에 지배구조관련 정관정비를 권고하는 등 계도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정리=이정배기자 사진=신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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