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채무면제제도인 국민행복기금 신청자가 3일만에 4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집중 조명을 받자 또 다른 부채 구제제도인 개인회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14개 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9,319건에 달했다. 2004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한달 신청건수가 9,000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 기준으로 봐도 올 1ㆍ4분기에는 모두 2만6,181건의 회생 신청이 들어와 지난해 같은 기간(2만1,687건)보다 20% 가 늘었다.
개인회생과 파산에 대한 무료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리는 서민들도 부쩍 많아졌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1~3월 개인회생ㆍ파산을 돕기 위해 제공한 법률상담 건수는 2만3,5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158건)보다 16.8%가 늘어났다. 특히 3월 한달 동안의 법률상담 건수는 8,434건으로 지난 2005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처럼 개인회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국민행복기금 출범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의 개인회생ㆍ파산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강현 변호사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서민 경제가 갑자기 나빠졌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국민행복기금이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명을 받으면서 빚 고통을 받던 다중채무자들이 또 다른 구제제도인 개인회생에도 관심이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회생ㆍ파산 업무를 처리하는 로펌 등이 국민행복기금제도 시행에 편승해 홍보활동을 강화한 것도 개인회생 신청 급증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법조계에서는“구제제도가 있다는 걸 잘 몰랐던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어느 정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앞다퉈 채무를 변제 받으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빚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보다 어떻게 하면 안 갚을지에 대해서만 골몰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어떻게 해볼 길이 없는 악성채무자들을 구제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빚을 갚지 말고 면제받자’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