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신임 외상이 부산 APEC기간에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경색된 양국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두 장관은 2일 전화통화를 갖고 아소 외상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계기에 양국장관이 서로 만나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한ㆍ일 관계의 정체상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교환을 할 것이며 6자 회담ㆍ북핵 문제ㆍAPEC에서의 상호 협조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통화에서 두 장관은 한ㆍ일 정상회담 개최여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로 양국관계가 정체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소 외상은 “개인적 신조와 공적 입장을 감안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답했다고 이 당국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아소 외상은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과거 문제시돼온 자신의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아소 외상은 2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시작된 것’이라는 자민당 정조회장 시절(2003년 6월)의 발언에 대해 “특별히 설명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강경 보수파 인사가 일본 외교의 전면에 나섬에 따라 한ㆍ일 관계의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임 각료의 과거 정치적 성향을 기초로 한ㆍ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본의) 외교업무를 담당할 주요 인사들이 앞으로 미래 지향적인 한ㆍ일 관계의 기초인 올바른 역사인식을 염두에 두면서 인근 국가들과의 관계에 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망언’은 묻어두고 앞으로의 한ㆍ일 관계를 위해 역사인식 문제를 제고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