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요구 거센데 정부내 가격 인상론도

■고민에 빠진 정부
사안 민감·부처 견해 엇갈려 상징적 수준 소폭 조정될듯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에너지 가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눈앞의 관심사는 유류세 인하 여부. 정치권과 재계의 인하요구가 거세지만 정부의 선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속도가 너무 빠른 탓이다. 정부부처 내에서는 오히려 에너지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과연 유류세를 내릴 수 있을지는 일러야 이달 말께 결정된다. 정부는 당초 휘발유와 경유ㆍLPG간 세율체계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는 27일 이후 유류세 인하 여부도 한데 묶어 결정할 계획이나 사안이 복잡해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유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르자 아예 가격을 올려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이어서 결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열린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발언을 두고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84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은 전기료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공사는 ‘여름철 가정에서 에어컨을 아무리 돌려야 부담은 수박 한덩이 가격 정도’라며 인상론을 펼치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에너지 가격 인상요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소비를 줄이자는 당위성과 대체에너지 개발, 해외자원 자주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가격을 올리자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올 상반기 중 유가가 전년동기보다 16.5% 늘었지만 총수입액은 1.2% 줄었다는 점도 에너지 가격 인상론자들의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 가격 인하론도 거세다.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절약을 촉진한다고 에너지 가격을 올리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로 정치권과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 된 정부는 종별 에너지 가격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27일 이후 부처간 협의를 거쳐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부처간 견해가 엇갈려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는 물론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향이 결정되더라도 상징적인 수준인 소폭의 미세조정이 유력하다.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특히 그럴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가 이날 초저황 경유에 붙는 교통세를 효과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소폭 하향 조정한 것도 정부의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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