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경매 토크] 선순위 지상권, 권리자와 협의해 소멸을

여유자금을 투자할 곳을 찾던 회사원 박모(44)씨는 3차례 유찰된 선순위 지상권이 있는 5,280㎡짜리 밭(田)을 발견했다. 법원의 최초 감정가는 4억8,000만원이었는데 거듭된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2억4,6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입지도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물류기지로 안성맞춤인 땅으로 판단됐고 인근 시세도 3.3㎡당 50만원가량이어서 매력적이었지만 근저당권과 함께 설정된 지상권이 마음에 걸렸다. 일반적으로 지상권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후 후순위로 설정되지만 이 물건은 순서가 뒤바뀌었다. 당연히 표면상으로는 지상권이 선순위이기 때문에 소멸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매를 통한 채권 회수가 목적인 금융기관은 지상권을 말소시켜주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협의를 하면 선순위 지상권이라 하더라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씨는 해당 금융기관을 방문해 선순위 지상권이 소멸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입찰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2억9,000만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세금을 감안하고도 시세보다 무려 3.3㎡당 30만원 정도 싸게 매수한 셈이다. 경매에서 소멸되지 않는 권리는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 해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있으면 기피물건으로 간주돼 여러 차례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기준권리보다 앞서는 선순위 지상권은 경매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이고 경매물건 중에는 선순위 지상권이 설정된 매물이 가끔씩 나온다. 보통 이런 물건은 매수인이 드물지만 설정권자가 금융기관이라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상권은 건물이 없는 땅에 설정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땅 위에 제3자가 함부로 건물을 짓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근저당과 함께 지상권을 설정하게 된다. 경매로 소멸되지 않는 선순위 권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기피물건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위 사례처럼 권리자와 사전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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