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170여개 도시로… 블프 보이콧 움직임도

■ 퍼거슨 소요 격화
뉴욕·LA등서 수천명 거리행진
오바마 "폭력에 관용 없다" 경고
퍼거슨시, 방위군 수백명 추가 투입

비무장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한 불기소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170여개 도시로 확산되는 등 이틀째를 맞아 소요사태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미주리주 퍼거슨시는 물론 워싱턴DC·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흑인들의 생명도 귀중하다(Black lives matter)" "손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라는 항의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이어갔고 온라인상에서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블랙프라이데이' 거부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퍼거슨시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불기소 평결이 내려진 전날에 이어 25일까지 밤샘시위가 계속됐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시위 지역 인근에서는 흑인 남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돼 경찰이 시위와 연관됐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폭력과 약탈로 혼돈이 지속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에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시위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폭력행위에 관용은 없다"며 재차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빌딩과 차를 불태우고 재산을 파괴하면서 시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방식은 범죄행위"라며 "그런 행위에 가담하는 자들은 기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이 닉슨 미주리주지사도 "생명과 재산은 보호돼야 한다"며 퍼거슨시에 주 방위군 수백명을 추가 투입했다. 이로써 퍼거슨시에 배치된 주 방위군 수는 2,2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대응에도 시위는 미 전국에서 오히려 규모를 키우며 확대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뉴욕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전국 30여개 주의 최소 170개 도시에서 시민들의 거리행진이 이어졌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28일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를 중단하자는 운동에도 불이 붙었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25일 밤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는 300만명 이상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지우자(#BlackoutBlackFriday)' '정의가 없으면 이익도 없다(#NoJusticeNoProfit)'와 같은 해시태그를 공유했다. 인권운동가 드림 햄프턴은 "경제적 보이콧이 지금과 같은 극도의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불기소 처분을 받은 윌슨 경관은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상대가 흑인이건 백인이건 경찰로서 똑같이 배운 대로 행동했을 것"이라며 발포는 몸싸움을 벌이던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제압하기 위한 정당방위였음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