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무역협정체결전쟁 앙금 씻고 번영기원의 악수
「쓰라린 과거의 상흔(傷痕)을 떨치고 정치·경제적 번영을 위한 미래의 씨앗을 심었다」
13일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처럼 미·베트남간 무역협정체결은 4반세기동안 양국사이를 가로막아온 장벽이 무너졌다는 정치적 뜻외 경제적 측면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 양국 사이 무역협정은 특히 미국보다는 베트남에 경제적 실리를 가져다 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4년에 걸친 지리한 협상끝에 타결된 이번 무역협정으로 베트남은 지난 80년 시장경제체제 전환후 마침내 세계 경제의 흐름에 본격 동참케 됐다.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와 베트남 부 콴 무역부 장관이 서명한 이번 협정은 상품·용역·투자 등 관세 인하와 함께 시장 개방을 위해 광범위한 조치를 베트남이 취하고 미국도 정상교역관계(NTR) 지위를 부여한다는 가정하에 관세 인하 등 무역특혜를 베트남측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협정 타결 배경=베트남이 협상의 장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자국의 경제위기. 98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지금까지 침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베트남의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은 주변국들에 크게 뒤지는 4%대를 밑돌았다. 피폐한 경제에 투자까지 거의 전무한 현실을 베트남 정부가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같은 점을 간파, 공화당 정부 집권시 수교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강조하면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국이 얻는 효과=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몰고 올 베트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약 1,00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무역 증대와 함께 외국 자본의 대량 유입으로 베트남 국내 경제 활성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억달러에 불과했던 대미 수출의 경우 올부터 당장 거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분석도 있다. 특히 그동안 세계 무역기구(WTO) 가입을 물밑 추진해 온 베트남으로써는 이번 협정으로 미국의 막후 지원을 보장받게 돼 세계 경제체제로의 편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한편 미국은 아시아에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 중국의 영향권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동남아 지역에서 거대한 시장과 정치·군사적 측면의 실리를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전자통신장비를 비롯 발전 설비, 에너지 관련 장비, 의약품 등의 베트남 시장 선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 체결에 대한 각국 반응=그동안 양국간 협상을 지켜보던 서방국가들의 반응은 환영일색이다. 프랑스를 비롯 일본 영국 등은 국제자금의 베트남내 유입이 가속화 될 경우 전후 복구 부문, 특히 산업 인프라 구축에 자국 기업들의 베트남내 진출을 강력 모색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베트남 투자를 크게 늘려온 한국은 베트남내 현지 기업들의 대미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자국과 인접한 동남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내심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홍현종기자HJHONG@SED.CO.KR
입력시간 2000/07/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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