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계파 갈등' 불길 번진다

입법전쟁 책임론 싸고 '당내 주도권싸움'
이재오계, 지도부 비난수위 갈수록 높여
이상득·親朴계는 '홍준표 감싸기' 나서

박희태(오른쪽)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종욱기자

한나라당 내 원내지도부 책임론 공방이 당내 계파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 중심의 당내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박희태 당 대표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등 친이명박계 원로그룹의 당 내홍수습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대책회의를 갖고 또다시 당 원내지도부의 책임문제를 제기하는 등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재오계와 함께 친이명박계를 양분하는 이상득 의원계파 의원들은 여야 협상안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은 만큼 지금 와서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친이재오계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그동안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 서 있던 친박근혜계도 이재오계 의원들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듯 홍준표 원내대표 감싸기에 나섰다. 이재오계의 원내지도부 책임론에 맞서 이상득계와 친박근혜계가 연합전선을 형성한 모습이다. 다만 이상득계와 친박근혜계의 지향점은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상득계는 박희태-홍준표 투톱체제 유지를 바탕으로 한 여권 지도부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친박근혜계는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 조기복귀 차단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원내지도부 책임론이 친이명박계 분열과 함께 친이명박과 친박근혜 진영 간 계파갈등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몽준 최고의원은 당 내홍 조짐과 관련, "언론은 한나라당의 모습에 대해 지리멸렬이라고 평가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멸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두나라당 같은 근본적인 체질을 고쳐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는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진화 움직임과 달리 한나라당 내분에 불을 지핀 이재오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원내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원내지도부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를 이번주 중 앞당겨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원내지도부 책임론을 공론화하고 있다.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의원 모임인 '위기관리포럼' 대표인 공성진 최고의원도 원내지도부 책임론에 공감대를 표시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상득계를 중심으로 한 중립지대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의 퇴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홍 진화에 나서고 있어 친이명박계 내부의 기류가 엇갈리고 있다. 당내 중립 입장인 권영세 의원은 이재오계 의원들을 향해 "당의 통합을 해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친박근혜계가 '홍준표 옹호론'을 펴고 있어 원내지도부의 거취 문제가 당내 계파갈등으로 비화하는 등 당내 역학구조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일단 상당수 의원들은 2월 임시국회까지 현 원내지도부가 책임지고 원내전략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당장은 이번 내홍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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