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98건축] 최악불황속 디자인 약진 `수확'

올해 건축계는 냉혹한 살아남기 경쟁에 일년내내 시달려야 했다. 건축설계분야의 경우 민간건축경기의 급속한 위축으로 공공건축 설계부문만이「가뭄에 콩나듯」공개입찰 혹은 현상설계방식으로 일거리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현상설계 응모율이 예년의 3~4배이상 높아져 한개 프로젝트에 평균 30~40대 1의 불꽃뛰는 경쟁이 다반사였다.건축경기는 위축됐어도 건축디자인 경향이나 현상설계에 응모된 건축디자인 수준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질적 향상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본지는 연말특집으로 올해 건축계를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첫회는「'98건축경기와 디자인경향」과「'98현상설계 우수작 되돌아보기」, 2회는「'98건축계 화제」등의 순서로 게재한다. ◇최악의 건축경기 = 건설교통부 조사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최근 10월까지 전국의 건축허가 총면적은 1,259여평으로 작년 2,721만여평에 비해 53.7% 가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도별로는 공업용 건축이 작년에 비해 70.6%가 감소해 가장 크게 줄었고, 다음은 상업용 건축으로 66.4%, 주거용 건축 48.4%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이중 교육·사회문화용 건축만이 감소율이 39.3%로 가장 적었다. 건축시장 규모가 작년에 비해 절반이 넘게 줄자 전문용역부문인 건축설계분야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건축설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설계업체의 약 30% 정도는 올 한해 단 한건의 설계도 수주를 못했다. 나머지도 절반정도의 업체들도 거의 개업휴업상태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축시장의 경우 공공건축분야보다 민간건축부문의 비중이 훨씬 크게 때문에 경기침체로 민간건축시장이 몰락할 경우 건축설계업계의 후유증은 토목관련업계보다 휠씬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공공건축공사 발주를 서두르거나 아파트건설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건축관련업계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이같은 정부방침으로 올 한해 공공건축의 현상설계발주는 지난해에 비해 50%이상 늘었다는 게 건축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민간건축분야의 급격한 침체로 워낙 일감이 없다보니, 일선 설계업체들이 현상설계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개 프로젝트를 두고 최고 60대 1이라는 살벌한 경쟁률을 보이는 등 , 공공건축설계 수주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설계업체들은 더욱 속으로 골병이 든다. 한번의 현상설계 응모에 최소 2,000~8,000만원정도까지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3등까지는 그런대로 수고비정도의 상금이 나오지만, 나머지는 허망하게 비용만 날린다. ◇건축디자인경향 = 한국건축디자인 경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건축작품 경연대회인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는「울산현대미술관」이 대상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올해의 작품들에서 전문가들은 몇가지 공통점을 제기했다. 형태에 있어 고정적 경향을 벗어난 다원주의를 말하고 둘째로는 건물내부공간에 대한 실제적 관심도가 높아졌다 것이다. 세째로는 건축재료 사용의 다양화를 지적한다. 건축재료 사용의 다양화에 대해서 전문가들은『우리 사회의 다변화와 첨단기술발전에 따른 건축재료의 다양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건축외형 재료에 있어 경성보다는 연질의 재료가 매우 다양하게 생산되기 때문에 건축가들의 외형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건축물 내부공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대형건축물 공간은 그동안 넓게 많이 쓰는데만 골몰해왔는데, 최근 건축디자인에서는 실제적 공간확보 뿐아니라, 건축물의 모든 사용자들을 위한 질높은 공용공간(사회적 공간)의 확보에 건축가들이 고민한 흔적이 있는 건축물이 올해는 특히 많이 나타났다. 건축외형에 있어서도 사각 육면체의 고전적인 형태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양식이 거의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해체나 신표현주의 같이 명확하게 사상이 들어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새로운 한국건축만의 표현양식을 갖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은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학생과 신인건축가들의 등룡문을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계획건축물 부문」과 한국건축가협회의「대한민국건축대전」등 2개 작품전이 예비건축가들의 현주소를 잘 보여줬다. 올해 이들 작품경연대회의 경우 기성건축가들 못지않은 상상력과 계획능력이 선보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올해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건축작품전이 계획돼 많은 화제을 모았다. 이들 사이버건축작품전은 건축가들로 하여금 건축과 가상공간 디자인에 대한 공감대와 확신을 갖게 하는데 기여했고, 내년에도 이같은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게 건축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박영신객원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