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호주에서 바다가재를 잡는 어부들이 있다. 누가 더 돈을 많이 벌까. 단연 호주 쪽이다. 미국 뉴잉글랜드 어부들은 큰 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가 통발 800개를 넣어야 하지만 호주에서는 해변가에 통발 60개만 담그면 그만이다. 게다가 호주 어부들은 일년의 반을 여가로 즐긴다. 국민 일인당 평균소득이 호주보다 높은 미국의 어부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대형화 탓이다. 더 많이 잡기 위해 어업을 대형화한 뉴잉글랜드 어부들의 욕심이 바다가재의 씨를 말렸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인수 합병(M&A)을 통해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린 다임러크라이슬러ㆍ폴크스바겐은 고전 중이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과거의 명품 이미지와 수익성만 떨어졌다. 반대로 포르세는 외형을 늘리는 대신 우수한 기술자를 다른 자동차회사에 파견해 신차를 개발해주는 분야에서 자체생산만큼의 이익을 얻고 있다. 새로 나온 번역서, '거대기업의 종말'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원제 'Bigger isn't always betterㆍ큰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업효율성 분석 전문가로 코가콜라, 도요타 등을 자문했던 저자 토마스코(Robert Tomasko)는 성장과 팽창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무엇보다 사례가 풍부하다. 기업의 흥망을 위주로 경영학 연구동향, 사회봉사, 군대까지 다양한 사례로 가득하다. 간략하지만 삼성의 성공기, 한국인 교수의 연구업적도 나온다. 특별히 기억할만한 것은 올곧은 성장을 위한 책무를 최고경영자 뿐 아니라 중간관리자까지 넓혀 잡고 있다는 점. 중간간부들의 판단이 성장을 이끈 본보기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다만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경영사례집으로 꼽아도 좋을 만큼 방대한 자료가 축약돼 있음에도 번역판에 색인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