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국 재무장관이자 경제학계의 거물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화석에너지 수출이 미국 경제 재도약의 추진체(booster)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출 빗장이 풀린 초경질유(컨덴세이트)뿐만 아니라 원유 수출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의 '미국과 세계 경제 전망' 세션에서 미국이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 민간 투자 유도, 수출 확대 정책 등이 필요하다며 석유 얘기를 꺼냈다. 그는 "화석에너지 수출 확대는 미국을 또 다른 사우디아라비아로 만들 것"이라면서 "사우디가 최근 20~30년간 (고유가로 인한) 경제효과를 누린 것과 같이 미국은 다가올 10년, 에너지로 인한 경제효과를 누릴 기회를 맞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서머스 교수는 "석유 수출을 허락한다고 해도 미국의 가솔린 값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석유 수출이 최근의 기름값 하락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최근의 셰일 혁명으로 원유 생산량이 자국 내 정제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더구나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으로 셰일 업체들의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머스 교수의 주장은 셰일 업계를 살리는 동시에 미국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묘안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서머스 교수는 미국의 경제회복세에 대해 대체적인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의 성장은 지난 2007년에 예상했던 것보다 10%(누계) 정도 낮은 상태"라면서 "이는 돈으로 따지면 가구당 연간 2만달러씩을 덜 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