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들은 '서러워'

근로자로 인정 안돼 부당업무 공공연
계약 연장위해 유령회원 만들어 입금
사채 끌어다 쓰다 빚더미 올라앉기도

‘허위 입회, 휴회 홀딩, 통신 입회.’ 학습지 교사들이 일선에서 경험하고 있는 부당업무 행위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지난해 말 대법원이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후 비정규직인 학습지 교사들은 생존을 위해 부당한 영업행위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은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으며 성과에 따라 과목당 4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통상 학습지 교사들은 1년 단위로 회사 측과 재계약을 맺기 때문에 계약 연장을 위해 금전적인 손해를 떠안는 경우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교육 시장이 급팽창했지만 학원 수강 및 온라인 강의가 크게 늘어나면서 학습지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학습지 교사들은 회원이 그만둘 경우(일명 휴회)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걱정해 자신이 돈을 내고 그만둔 회원의 학습비를 떠안는다. 이를 업계에서는 ‘휴회 홀딩’이라고 부른다. 또 줄어드는 회원 수를 보충하기 위해 실제로는 없는 회원을 만들어 자기 돈으로 회비를 내는 ‘허위 입회’도 일반화된 지 오래다. 한 학습지 교사의 경우 자식 명의로 14과목이나 허위 입회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학습지 교사로 활동 중인 박모씨는 “상당수의 학습지 교사들이 허위 입회 회원을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습지 교사도 “요즘 신입 교사가 들어오면 월급의 3분의1 정도는 허위 입회 및 휴회 홀딩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라고 충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습지 교사들이 유령 회원을 떠안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지거나 심지어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학습지 지점의 경우 허위 입회에 따른 미수금이 1억원에 달해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기도 했다. 통신 입회도 학습지 교사들이 토로하는 부정업무 행위다. 통신 입회란 전화 등을 통해 교육받는 성인 회원을 모집하는 것인데 일부 회사는 이 같은 통신 입회를 영업성적이 저조한 교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습지 교사 수는 군소업체까지 포함해 전국적으로 1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상당수 학습지 교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의 이 같은 부당업무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습지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부정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인 정화작업을 하고 관련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또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강력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