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대받던 참치, 고급 스시 변신이 '세계화' ■ 스시 이코노미 / 사샤 아이센버그 지음, 해냄 펴냄日길거리 간식서 美고급음식으로 각광받기까지스시의 글로벌 경제 편입과정 역사·문화적 분석"단순한 음식 넘어 세계경제 복합산물로 부상"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한 세기 전 일본 저잣거리 간식에 불과했던 '스시(초밥)'가 오늘날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미국과 캐나다 낚시꾼들에겐 스시 재료로 애용되는 참치는 1960년대만 해도 돈을 주고 폐기해야만 하는 골칫덩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뉴욕 맨해튼 번화가를 걷다 보면 최고급 스시 전문점부터 프랜차이즈 식당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참치로 만든 스시를 정기적으로 먹는 미국인은 3,000만명에 달할 정도라 한다. 이쯤되면 그 동안 학자들이 세계경제의 '복합산물'로 급부상한 '스시 경제학'에 주목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미국 '보스턴 글로브'지의 저널리스트인 사샤 아이센버그는 '스시'라는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문화적ㆍ역사적ㆍ경제(무역)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친근한 '스시'라는 사물(음식)을 통해 '세계화'의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논리. 아이센버그는 역사적 관점에서 스시의 연대기를 설명한다. 스시는 일본 에도 시대(1603~1867)에 도쿄의 길거리 간식으로 출발했는데 19세기 후반부터 날생선을 밥에 붙인 요리로 급속도로 확산됐던 것. 2차 세계대전을 통해 한국과 중국 등으로 처음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서구인들의 스시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일본 항공(JAL)의 화물담당 직원 '오카자키 아키라'라는 인물이 1960년 중반 북미 시장에서 버려지는 참치를 항공수송에 성공하며 참치는 차츰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본인이 기름기 많은 참다랑어(참치)를 즐겨 먹기 시작하면서 참치 스시는 문화상품으로 서서히 부각됐던 것. 아이러니하게 일본에서 스시가 시작됐지만 정작 꽃을 피운 곳은 바로 미국이었다. 일본인 사업가들이 미국에 출장을 오면서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스시가 알려져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것. 게다가 미국의 트레이딩 업자들이 '신선한 상태'로 미 전역에 참치를 유통하게 되고 1970년대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스시가 방송되며 고급음식으로 명성을 쌓았다고 저자는 전한다. 여기에 단순한 음식을 넘어 문화적 상상력까지 접목돼 스시는 완성된다. 저자는 "스시는 문화적으로 물리적 수준이 높아졌음을 뜻하는 상징"이라며 "스시를 주문하는 것은 모피코트를 한번 입어보거나 시험 주행을 위해 페라리를 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화된 경제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센버그는 참치 하나로 시작된 '스시의 경제학'을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참치 공급업자들과 어부 그리고 유통업자와 거대 자본 간의 상호작용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스시 덕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미국 기업인 서던 쓰나미(Southern Tsunami)는 전국적으로 2,000곳이 넘는 테이크아웃 매장을 운영, 2억5,000만 달러의 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입력시간 : 2008/01/25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