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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모씨는 올 초 44세라는 늦은 나이에 큰 도전을 결심했다. 중학교 교사의 꿈을 버리고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입학한 것. 그는 충남대 대학원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해 석사과정까지 마친 고학력자다. 그러나 40개월의 군 생활을 하느라 생긴 공백 탓인지 교사 도전은 쉽지 않았다. 5년의 기간제 교사와 3년간 사감을 지낸 끝에 이 길은 평생직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기술'로 진로를 틀기로 결심했다. 늦은 나이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매진한 끝에 지난 11월 반도체 제조업체 취업에 성공한 윤씨는 "더 늦기 전에 폴리텍대를 만나 진로를 성공적으로 바꿀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우수한 학생들은 의대보다 이공계를 선호했다. 가파른 산업화 속에 기술자가 경제발전을 이끄는 산업 역군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탈산업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손보다는 머리를 써서 일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선호 추세가 강해졌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이런 추세가 U턴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윤씨와 같이 4년제 대학에 들어갔다가 기술을 배우기 위해 기술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9일 국내 대표 기술전문대학인 한국폴리텍대에 따르면 올 들어 2년제 이상 대학을 중퇴하거나 졸업한 후에 폴리텍 1년 직업훈련 과정인 기능사 과정에 다시 입학한 고학력자는 2,958명으로 입학생의 46.7%에 달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재입학생만 15.0%에 이른다.
폴리텍대를 찾는 고학력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이 학교의 기능사 과정의 고학력자 입학생은 8.2%에 불과했으나 2004년 17.9%, 2006년 35.0%, 2008년 40.1%, 2010년 45.4%까지 5배 넘게 불어났다.
폴리텍대에 재입학한 고학력자 중에서는 기술과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하다가 온 학생도 상당수였다. 폴리텍대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재학 중인 고학력자 1,660명 가운데 46.7%는 인문·예체능 등 비이공계 전공자였다.
고학력자들이 이전까지 공부했던 전공을 포기하고 다시 폴리텍대에 입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 결과 '이전 대학에서 실질적인 직업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27.2%로 가장 많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했기 때문(26.1%)' '취업 실패(23.3%)'가 뒤를 이었다.
재입학한 고학력자들의 상당수는 폴리텍대에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고 성공적인 취업에까지 골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참여자 중 40.3%는 취업이 이미 확정됐는데 이들 중 77.2%가 입사 업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박종구 폴리텍대 이사장은 "최근 고학력자 입학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기술 교육과 직업능력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폴리텍대는 고학력자에 맞는 맞춤형 수준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 국민의 평생직업 능력개발을 위해 훈련 직종을 확대하고 교육훈련을 내실 있게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