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사고보다 비싼 비용 없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 사바르에 있는 한 의류업체의 8층짜리 공장건물이 붕괴되면서 무려 1,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건물이 붕괴될 당시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안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 3분의2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 업체는 저임금 노동을 통해 다국적 의류회사에 싼 값으로 제품을 공급하던 방글라데시의 많은 공장 중에 하나다.

이 사고는 지진이나 태풍 등 외부 하중으로 인한 것이 아니고 건축구조와 재료 결함으로 일어난 사고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비참한 예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1995년에 일어난 한국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파괴된 콘크리트 더미 속에 매몰된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번 방글라데시 공장 붕괴사고는 직접적으로는 콘크리트구조물의 파괴로 일어난 참사다. 사고 하루 전날 맙두르 칸이라는 구조 기술자가 건물에 심각한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바로 정부 당국에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그 정부 당국은 오히려 칸을 사고 원인 책임자로 몰아 구속시켰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무책임한 정부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을 만하다.

방글라데시 참사 등 사고위험 상존

건축구조 재료로는 철골구조, 보강된 콘크리트구조 및 목재로 크게 분류한다. 그 중 콘크리트는 물과 모래와 자갈을 혼합해 현장에서 타설함으로 부실시공 위험성이 가장 높다. 한국에 있는 고층 건물 역시 대부분 콘크리트구조이므로 언제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비해 목재는 강도가 비교적 낮고 화재 위험성 때문에 대규모 건축에서는 쓰지 않는다. 철골은 제철소에서 규격과 품질을 제작 전후에 검토하고 있으므로 재료 자체의 결함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접합 부문의 설계 문제와 미세균열 및 부식이라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 역시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또 철골재료 자체의 강도와 품질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제철소에서 제작한 것을 사용해야만 한다.

어느 구조물을 막론하고 필수적으로 주기적인 점검을 해야 하고 검진 전에 전문 구조 기술자가 설계조건 재료의 허용응력 안전계수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점검을 하게 된다. 이때 접합부 균열과 기둥의 수직 방향 이탈사항이나 대들보와 바닥의 휨 등을 면밀하게 관찰해 해당 기술자의 안전성 진술서에 책임 서명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 이 경우 추가 경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번 방글라데시 참사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막대한 손실을 놓고 볼 때는 약간의 경비는 보험조치로 보고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 방글라데시의 이번 사고로 인해 한국 의류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에 자극을 받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이 나라의 세계적인 의류봉제 가공산업이 무너지고 대신 중국이 앞서고 있다는 업계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안전성 검사 법제화 규제강화 필요

아이러니하지만 한국의 개성공단이 세계최고의 품질과 판매고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때가 아닐까 본다. 한국의 세계 최고의 재료 제작기술과 북한의 세계최고의 민첩하고 섬세한 기능공의 손재주가 합치면 수월하게 중국의 위치를 능가하지 않을까 한다.

남북한 정부 당국자들이 분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실익을 볼 수 있는 일에 신경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대화 제의에 한번 거부 당했다면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지속적인 제의를 해야 할 것이다. 또 대화 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경비를 지출한다 해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대화를 추진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