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얌체공시가 쏟아졌다. 얌체공시는 연휴 전일 장 마감 이후인 오후3시부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성 공시를 내놓는 것을 말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인 KGP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명식 보통주 10주를 3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비율은 70%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감자 전 223억원에서 감자 후 67억원으로 줄어든다. KGP는 또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주당 5,000원의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코스닥 상장사 테크윙은 1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건이 취소돼 정정공시를 냈다. 테크윙 측은 "고객사의 사정에 따라 기존에 발주된 물량 가운데 일부가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사의 한 주식담당자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공시를 장중에 내든지 아니면 장 마감 이후 내든지 어차피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회사 측이 누릴 수 있는 실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가 있다는 것이다. 악재성 공시 이후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년 연휴 직전 올빼미 공시가 쏟아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독은 지난 2006년 1월 얌체공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시 서류 제출 시한을 종전 오후9시에서 오후7시로 앞당기고 주말 공시를 폐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빼미 공시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긴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악재성 공시를 장 종료 전까지만 받을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장 종료 이후에도 기업의 주요 사항이 발생할 수 있고 정보 비대칭이라는 역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