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당신은 '환생'을 믿습니까?

시미즈 다카시 새 영화 '환생'
윤회 통한 동양적 공포 표현 살해된 영혼통해 비밀 파헤쳐



‘나는 누구일까?’ ‘환생’은 이런 철학적 질문을 공포로 치환시킨 영화다. ‘환생’의 원제는 ‘윤회’. 환생보다는 좀더 ‘죄’의 이미지에 맞닿아 있는 단어다. 원제처럼 이 영화는 전생의 죄에 의한 현생에서의 공포를 다룬다. 현생의 자신은 기억도 못하는 전생의 일 때문에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이 이 영화의 ‘보여지는’ 공포다. 그러나 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진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감독은 관객에게 존재론적인 화두를 던진다. ‘지금 보고 있는 현생의 모습이 당신의 전부가 아니다. 당신도 전생에 살인마였을 수 있다.’ 이런 끔찍한 생각을 끌어내주는 것이 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공포다. 영화 ‘환생’은 이렇게 윤회라는 익숙한 동양적 주제를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의 공포를 제공한다. 이런 은근한 심리적 공포를 만들어낸 사람은 ‘주온’의 감독 시미즈 다카시.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그루지’로 일본감독으로서 최초로 미국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 ‘환생’에서 그는 전작 ‘주온’보다는 좀 더 심리적 공포에 치중했다. 그의 영화적 스승이자 동료인 구로사와 기요시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환생’은 영화 속 영화의 구도로 돼있다. 대학교수가 아들과 딸을 비롯해 호텔 직원과 투숙객 11명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고 36년 후 이 사건이 ‘기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된다. 배우 지망생 스기우라 나기사(유카)는 이 '기억'의 주인공으로 발탁된다. 감독(시이나 깃페이)은 실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폐허가 된 35년 전 사건 현장인 호텔을 찾아가는데 그 순간 살해당한 11명의 영혼들이 감독과 나기사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때부터 영화 속에 감춰진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 영화 초반의 공포는 지극히 일본적이다. 낯설고 갇힌 공간이 아니라 지하철 밑, 침대 뒤, 도서관 등 일상적이고 편안한 공간에서 영혼들이 섬뜩하게 나타난다. 오직 주인공과 관객의 눈에만 비치는 귀신으로 인해 공포감이 일어난다. 후반부의 공포는 좀 더 극적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주인공 나기사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덕분에 후반부 나기사가 귀신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그 느낌을 대리체험하게 된다. 그리고는 마지막 반전이 이어진다. 만일 관객이 나기사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을 한 상태라면 그 충격이 배가 될 만한 반전이다. ‘환생’은 시미즈 다카시를 비롯해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다하카시 히로시 등 6명의 일본 공포영화 감독들을 모은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제이호러씨어터' 작품. ‘링’‘주온’ 등의 다카시게 이치세가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공포영화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만큼 영화 속엔 공포라는 장르의 특성이 잘 살아있다. 영화는 언제 관객을 놀라게 하고 언제 관객을 불안하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덕분에 영화는 상영시간 100분 이상의 공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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