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둠 속의 뇌물' 합법화

로비시장 4조5,000억 달해
남미는 부패로 성장률 연1%P 까먹어

21세기에 들어선 후 터키에서는 ‘뇌물빌딩’이라고 불리던 아파트들이 한번의 지진으로 모두 무너져내렸다. 아프리카에서는 멋진 다리들이 건설됐지만 그 다리들을 연결하는 도로는 없었다. 모토로라는 인도에 공장을 설립했지만 뇌물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이 전기를 공급해주지 않아 공장을 돌리지 못했다. 모두 뇌물ㆍ부패의 결과물이다. 부패는 정부의 힘, 나라의 힘을 약화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킨다. 필 니컬스 펜실베이니아대학 법학과 교수는 “신규사업ㆍ신규시장에 진입할 때 뇌물과 부패는 항상 먼저 논의되는 중요한 주제”라며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부패한 나라들은 해외자본의 장기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해 궁극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패는 국가의 경쟁력은 물론 국민소득까지 갉아먹는다. 남미 국가의 정치적 부패는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1%포인트가량 낮춘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정치적 부패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지난 30년간 매년 1.0%포인트씩 더 성장해 실질소득이 지금보다 30%는 더 많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은 어둠 속에 있던 ‘뇌물’을 ‘로비’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했다. 미국에서 로비산업은 큰 시장이다. 지난해 32억달러(약 4조5,000억원)가 넘는 돈이 로비 비용으로 사용됐다. 지난 1998년의 14억달러에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로비스트 수도 1998년 1만명을 갓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1만5,138명으로 50%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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