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1만 미터 상공에서

국민의 앞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자신의 퇴임 후를 걱정해서 정치했던 대통령들 때문에 이 나라가 어지러웠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아닌 여러분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해외 출장길에서 돌아오는 1만미터 상공 컴컴한 기내에서 혼자 독서등을 켜고 이 글을 쓴다. 나는 정치인이 돼 그 정치의 현장에서 더러 절망할 때가 있다. 많은 훌륭한 정치인이 있어 그들이 존경스러울 때도 없지 않으나, 그들이 아주 자주 나라와 국민을 위한 판단과 결정을 하지 않고 자신의 영달과 앞날을 위해 판단하고 결정을 하는 것을 본다.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든다지만 실은 그렇지 않고 엄청난 국가 재정을 자신의 다음 행보에 도움이 되도록 쏟아 넣는다. 묵묵한 다수를 위해 쓰는 때보다 목소리 높은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한 부당성을 나도 알고 너도 알지만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땅땅땅’ 방망이를 치고 결정한다. 나는 귀국길 컴컴한 기내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뒤척이다가 기내 화장실을 찾아 어둠 속에서 혼자 의연하게 앉아 있는 어린(내 나이와 비교해) 여승무원의 자세를 보고 뭉클했다. 그는 3시간 전쯤까지도 승객을 위해 온갖 시중을 들며 몸이 녹초가 됐을 터인데 승객이 모두 잠든 그 컴컴한 기내의 자기 자리에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편한 자세로 기대 앉아 있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을 터인데. 어둠 속의 그 단정한 자세는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여객기 앞바퀴가 빠지지 않아 동체착륙을 감행했던 사고가 있었다. 그날 전일본은 그 상황을 계속 보도하며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그때 일본 신문기사의 한 줄에는 ‘착륙에 성공한 순간 여승무원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고 씌어 있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1만미터 상공의 기장과 승무원의 자세와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정치인의 자세는 같아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어둠 속에 꼿꼿이 앉아 있는 여승무원의 자세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말이다. 어린 박태환군과 김연아양이 국민의 박수를 받는 것도 ‘눈속임과 술수가 없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