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PC통신에 빛과 어두움이 엇갈렸다.이용자가 450만명을 넘어서 PC통신 황금기를 맞은 반면 부부 교환, 음란 대화, 원조 교제의 온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과연 가상공간은 가상범죄의 소굴일까.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통모」(건전한 통신을 위한 모임)는 네티즌들이 함께 어울려 밝고 건전한 통신문화를 가꾸는 모임입니다.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곳이 아니라 네티즌들이 스스로 통신문화를 만드는 곳입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건통모의 시삽(대표)인 박호상(27·학생) 씨는 『통신예의지국을 세우는 것은 통신기업이 아니라 네티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건통모는 처음에 「사이버 경찰」로 출발했다. 대화방에서 심한 욕을 하거나 음란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한 것.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야한 대화를 하는 것도 사생활인데 함부로 고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통모는 이후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칭찬합시다」코너를 통해 매주 유익한 대화방을 널리 알립니다. 네티즌끼리 토론을 거쳐 바람직한 통신문화를 정합니다.』
건통모가 유니텔에서 활동한 뒤로 이른바 음란대화방이나 욕방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만, 있다 하더라도 노골적인 표현은 피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밤의 예술을 위하여」같은 식이다. 동호회 회원도 300여명으로 늘어났다.
건통모는 언론이 지나치게 사이버공간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는 것에 우려한다. 전체 PC통신이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건통모의 학생 회원조차 채팅(컴퓨터 대화)도중 『어머니가 오신다』며 통신을 끊은 일도 있다고 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감시하는 일도 벌어질 정도다.
『건통모의 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다른 PC통신의 비슷한 모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과 협력해 99년을 정보화와 통신문화가 함께 활짝 꽃피는 한해로 만들겠습니다.』(GO UNICLEAN)【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