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섭(오른쪽)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발언을 권유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
|
여권이 추가경정예산의 우회 편성을 두고 ‘2라운드 공방’에 돌입했다. 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 당정, 당청간 갈등이 빚어진데 이어 이번에는 편성 방식을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 편성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국가재정법 개정과 무관하게 조류독감 등을 자연재해로 해석한 이른바 ‘축산 추경’을 우회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부의 정책라인은 ‘꼼수’라며 쐐기를 박고 나서 양측 공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경을 하더라도 추경을 하는 원 취지에 맞게 해야 한다”며 “정책위와 정부가 협조해 국가재정법 취지도 살리고 정부가 생각하는 것도 반영하는 가운데 조절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한나라당이 추경 편성 자체에 난색을 표한 것에서 다소 달라진 입장이다. 최근 고위당정협의를 거치면서 여당이 정부의 강력한 요청을 무시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최근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등을 자연재해로 보고 한미 쇠고기 협상 등을 고려해 대규모 ‘축산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들어 놓은 현행 국가재정법은 자연재해 등 추경편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없이 명분을 추경 편성요건에 맞추면서도 정부가 원하는 경기부양 효과까지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당 정책라인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류독감이나 축산농가 피해 관련해서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된다고 추경을 거론하느냐”며 “그 문제는 예비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작은 정부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정부 초반부터 추경 편성을 하겠다고 하면 여론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 세금을 쓰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때문에 5월까지 이어지는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는 당측의 주도권 행사 속에 추경 편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날 귀국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직접 설득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여기에다 최인기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축산농가 피해 대책에 관한 추경 편성이라면 찬성할 수 있다”고 언급해 당청 및 여야가 복잡한 구도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