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섭과 박수근을 국내 화단에 소개한 화랑. 1세대 추상화가인 김환기와 유영국이 거쳐간 갤러리현대가 오는 4월4일로 45주년을 맞는다. 1970년 당시 스물일곱이던 박명자(72) 갤러리현대 회장이 연 갤러리현대는 본격 화랑으론 처음이었다. 1959년 설립된 반도화랑이 있다지만 6평 남짓한 공간에 그림을 빽빽하게 건 수준이었기 때문. 이제는 국민화가인 박수근이 설립 첫 해 첫 초대전의 주인공이 됐고, 정물화의 대가 도상봉, 설명이 필요 없는 이중섭, 미인도로 유명해지는 천경자가 잇달아 전시를 열었다. '젊은 여자가 저러다 망하지'하던 수근거림은 지난 반세기를 거치며 한국 화랑의 '역사'가 됐다.
그런 갤러리현대가 올해 45주년 특별전시로 기획한 것은 추상미술 전시다. 오는 4월22일까지 서울 사간동 본관과 신관에서 열리는 '한국추상미술 - 갤러리현대 45주년' 기념전. 이응노, 김창열, 김환기, 하종현 등 대표적인 추상화가 18명의 과거와 최근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이중섭과 박수근 같은 구상미술로 유명해지면서, 갤러리현대 설립 이래 꾸준히 이어온 추상미술 전시와 작가가 잊혀 아쉬웠다"고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사실 갤러리현대는 꾸준히 추상미술 전시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1972년 남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응노(1975년), 김창열(1976년), 김환기(1977년), 이우환(1978년), 하종현(1984년), 정창섭(1996년) 등 잘 알려진 작가가 모두 이곳을 거쳤다. 또 1979년 이우환·윤형근·김창열·박서보 등이 참여한 '한국현대미술 : 4인의 방법전'을 시작으로, 2007년 'Poetry in Motion'(정상화·김창열·김환기·이우환·백남준 등) 전시까지 주요 추상미술 작가 그룹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18명 모두 그렇게 갤러리현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당 2~5점씩 총 55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특히 이 중 정상화의 '무제 014-5-2'(2014년작)와 박서보 '묘법 No.070324'(2007년작) 등 5점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먼저 본관에는 김환기·김창열·이응노·유영국을 비롯해 곽인식·이성자·류경채·남관·한묵 작가의 그림 25점이 전시됐다.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와 간결한 점·선 묘사로 유명한 김환기, '물방울 연작'으로 유명한 김창열과 함께 이응노의 '문자 추상' 작품도 선보인다.
신관에는 요즘 크게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 위주로 배치됐다. 이우환·하종현을 비롯해, 권영우·서세옥·정상화·박서보·윤형근·김기린·정창섭 등 9명의 작품 30점이다. 이번 전시 서문을 쓴 미술사가 서미숙은 "갤러리현대는 1970년대부터 꾸준히 한국 추상미술 개인-그룹전을 열어왔다"며 "화단을 이끌어온 대표작가 18명의 과거와 현재 작품을 끌어낸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