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아버지 시대에 이룬 성취는 국민께 돌려드리고 그때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며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정수장학회 입장을 밝힌 후 역사관 논란은 거세졌지만 이제 과거 대신 미래를 보자고 강조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거행된 제33주기 추도식에서 유족인사를 통해 박 대통령 집권기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버지에게는 그 당시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말로 '박정희 시대'의 과(過)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박 후보는 "저는 그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고치면서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오후 예정됐다 취소된 나로호 3차 발사도 언급하며 "과학입국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없는 살림에도 KAIST와 연구소를 만들고 과학에 애정을 쏟은 아버지도 아마 3차 발사를 축원하시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대선을 앞둔 탓인지 임방현 전 청와대 대변인, 고명성 성우회 회장이 추도사에서 문재인 불가론,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론을 역설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강병을 강조하는 육성도 2분여 방송됐다.
유족 중에는 동생 박지만씨와 올케 서향희 변호사가 불참한 대신 5촌 조카인 방송인 은지원씨가 박 후보 뒷자리에 앉았다.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국민대통합위의 한광옥 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특보,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 후보는 경찰 추산 1만여명의 추도객에게 한 시간여 동안 일일이 인사했으며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는 화환을 보냈다.
이날 추도식을 마지막으로 과거사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게 박 후보 캠프의 생각이다. 앞으로는 중앙선대위 국민대통합위를 통해 부마항쟁 특별법을 논의하는 한편 오는 11월 중순에 발표할 대선 공약을 다듬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과거사 논란이 여전하고 당내 일각의 야권 후보 공격이 색깔론으로 비쳐지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박 후보와 선대위의 메시지가 다소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