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경제학] EuP 시행때 한국 영향은

생산비 5% 가량 늘어 경쟁력 하락 '불보듯'


유럽이 당초 계획대로 내년 8월 EuP 법안을 발효하면서 2년의 유예기간 후 오는 2010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U는 중국과 더불어 우리의 제2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여간 부담이 아니다. 각종 분석에 의하면 EuP가 시행되면 우선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비용상승이 불가피하다. 현재 제품생산 비용이 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EuP 지침에 대해 아무리 대비를 잘한다 해도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서는 뒤질 수밖에 없어 현지 시장 경쟁력 하락, 현지 업체에의 종속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EuP 등 전자ㆍ전기제품을 중심으로 한 EU의 환경규제가 한국ㆍ일본 전자업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기ㆍ전자 분야에서 한국ㆍ일본 업체에 뒤지는 EU 전자업체들을 환경규제로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재 EU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 중 환경규제 조치를 받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2002년 EU 전체 수출액(217억달러)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은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 기업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산업자원부의 분석에 의하면 2002년 기준으로 전기ㆍ전자의 경우 EU 총 수출업체는 3,500개. 이중 95%가량인 3,325개가 중소기업이다. 자동차 등 다른 분야도 전체 수출 기업의 95%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EuP 등 유럽이 탄소표준을 선점해나갈수록 국내 중소기업 업체들이 살아 남으려면 중국이 아닌 유럽으로 둥지를 옮겨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EuP가 발효되면 유럽 수출시 국내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새 기준에 충족하려면 유럽 회사와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고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자사보다 유럽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EuP 발효가 국내 기업에 기회를 안겨다 주는 측면도 있다. 백색가전에서 국내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그것. 강화된 유럽 기준에 잘 대응한다면 일본 제품보다 한국산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