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토플을 표명하며 4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만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나랏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1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첫 시험에는 고작 500여명만 응시했다. 지난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시범평가에서도 응시학생은 1,000여명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능영어까지 대체한다는 거창한 목표의 수정은 말할 것도 없고 효용성 논란으로 존폐 기로에까지 몰릴 처지다.
NEAT는 5년 전 영어교육을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개편하는 이른바 영어몰입식 교육의 일환으로 개발한 국산 영어 테스트다. 토익과 토플 같은 외국시험 응시료 지불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겠다는 취지도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1급은 점수제로, 고교생 대상인 2, 3급은 4단계 등급제로 각각 시행된다.
한국형 토플이 외면 받는 이유는 아직 검증된 영어시험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홍보부족까지 겹쳐 민간기업은 물론 공기업조차 NEAT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입사와 승진에 도움되지 않는 마당에 굳이 새로운 방식의 시험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활성화하려면 목표대로 수능영어시험을 대체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사교육시장의 배만 불릴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교육당국은 2016학년도부터 수능 대체라는 당초 일정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룬 채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겨버렸다. 현 정부도 수능 대체 방침을 밀어붙이기에는 영 자신이 없는 눈치다.
NEAT는 애초부터 일선 교육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졸속정책이었다. 낙후된 영어교육 인프라를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하기와 듣기가 평가비중의 50%를 차지하는 NEAT로 수능을 대체하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영어교육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한국형 토플제도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수능영어를 대체할 명분도 없거니와 여건도 성숙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