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취지엔 공감…정치적 편향 안돼"우리당 "시민단체의 충정 겸허히 수용"
정치권,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가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참여연대의 낙선운동 선언이 정치권의 경계 심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참여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4당3색이었다. 2000년에 이미 큰 손해를 봤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원군을 얻었다는 듯 대놓고 환영했다.
한나라당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박진 대변인은 “당선운동이든 낙선운동이든 합법적이지 않으며,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국민의 왜곡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선관위에 위법성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하고 단속과 예방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다각도로 대처해나가겠다”고 별렀다.
홍준표 의원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실정법 위반으로 판명 난 낙선운동을 다시 벌이겠다는 것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지난 총선 때처럼 자의적, 편파적인 기준으로 야당 후보에 집중적인 타격과 위해를 가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경계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도 “엄연히 불법으로 판결이 난 낙천ㆍ낙선운동을 자행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의 `방조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은 “낙선운동이든 당선운동이든 좋은 사람을 뽑자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민단체가 기준을 획일화해서 정하는 것보다 시민단체 회원이 지지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하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중간지대에 섰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시민단체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시민단체는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여권과의 밀착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다.
반면, 우리당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차떼기 불법자금 수수와 지역주의에 매몰된 기성 정치권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시민단체가 나선 것”이라며 “우리당은 시민단체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반색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야3당이 정치개악을 기도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한 낙선ㆍ낙천 운동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재빨리 대야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