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제 석유화학산업은 중국과 인도 양강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지난 3월말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열린 제31회 미국 석유화학·석유정제협회(NPRA) 국제회의. 당시 이 회의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게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향후 중국과 인도가 석유화학산업을 주도할 성장엔진임을 확인하는 내용들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에 이른바 친디아(Chindia)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순간이었다. 산업수도 울산의 근간을 이뤄온 석유화학산업이 중국과 인도의 물량 공세 등에 밀려 점차 위기로 내 몰리고 있다. 중국산 석유화학제품 공세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돼온 일이었지만 이젠 인도발 공세까지 겹쳐 울산의 석유화학산업이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세계 5위의 생산규모(에틸렌 기준 연산 576만톤)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 중 석유화학 비중은 5.3%에 달하고 생산액만 38조원에 이른다. 또한 국내 5위의 수출품목(2004년 기준 170억 달러)으로 지난 2004년에는 90억 달러의 흑자산업으로 탈바꿈했다. 아직까지는 지리적 이점 등을 통한 수출 여력의 확보로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의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산업도 전국 대비 생산액 32%, 부가가치 기준으로 41%를 차지,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거대한 친디아(Chindia)의 역풍을 헤쳐나갈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친디아(Cindia)의 공세=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미래는 중심이 인도와 중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두 나라가 2050년까지 세계 GDP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국의 석유화학공업도 자국의 성장과 더불어 생산거점의 확충 및 석화제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급성장 할 것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에는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의 절반가량이 중국, 인도, 중동지역에 집중돼 세계석유화학 시장의 중심이 완전히 이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009년 까지 세계 석유화학 공장 신증설 프로젝트의 약 90%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에틸렌 자급률이 34%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52%로 급격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는 현재 1인당 수지소모량이 3kg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최근 메이저급 석유화학회사들이 공장 신ㆍ증설을 서두르고 있어 향후 한국 석유화학 회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확실시 된다. 친디아의 이 같은 공세는 당장 한국 기업들의 수출단가 하락과 물량감소,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기술경쟁력은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다. 나프타 등 범용제품 생산의 경우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초 공정, 촉매제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은 선진국 보다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 중동지역의 신흥 메이저 회사들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대안 마련 없이는 재도약이 요원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부가가치 명품화 전략이 살길= 울산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재도약은 ‘R&D 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명품화’ 전략만이 살길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아직 범용제품 위주의 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높은 임금인상률과 원료가격 압박이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와 함께 신기술의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중국 및 중동제국의 현지투자를 활성화 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업체의 전문화 및 대형화 전략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신기술과 융합 전략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소재산업으로 현재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는 신소재 산업과 정밀화학 산업 등과 같은 신기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 유상엄 차장은 “앞으로 10년 후의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인도 등 아시아존 국가에서 세계 수요의 55%를 충족시킬 정도로 급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위기라기 보다 오히려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중국시장의 트렌드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가장 경제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제반 시스템과 인프라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밀화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척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넘는다" 울산 남구 여천동에 위치한 송원산업㈜(사진)은 지난 65년 설립 된 후 40 여년 동안 줄곧 정밀화학 분야 한 우물만 파, 세계 최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석유화학 첨가제는 6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2,500억원 중 1,500억원 상당을 해외로 내다판 셈이다. 이 회사는 창업 초기에 개발한 PVC첨가제에 이어 지속적인 R&D투자로 수십여종의 첨가제를 개발해 냈다. 이 가운데 지난 85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산화방지제는 무한한 합성수지 세계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됐다. 이 산화방지제는 현재 회사 매출의 43%를 차지할 정도의 주력제품. 현재 세계시장에서 20%정도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해마다 10여종의 신제품을 개발해 내는 등 지난 7년 동안 연구개발비만 무려 3,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송원산업은 이 같은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상하이(上海)에 합작공장을 운영 중이며 일본에도 해외 영업망 구축을 위한 도쿄(東京)지점을 개설해놓고 있다. 박 종호(34) 사장은 "송원산업은 뛰어난 기술력과 인화로 향후 5년내 주력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30%이상으로 끌어올려 세계 합성수지 첨가제 업계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국내 대표적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한 울산시 남구 부곡동 '울산 석유화학단지'. 이 곳은 한화석유화학을 비롯해 삼성석유화학, 대한유화㈜, 이수화학㈜ 등 내로라하는 18개 대형 석유화학제품 생산 업체들의 보금자리다. 이들 업체는 관련 업체의 집적화를 통해 전력과 용수 등 각종 유틸리티수요를 단일화 함으로써 생산 경쟁력을 극대화 시켜나가고 있다. ㈜한주는 이들 업체에 원할한 유틸리티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울산 석유화학공단내 지킴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9년 정부투자기관인 석유화학지원공단㈜으로 설립된 뒤 지난 87년 울산석유화학단지내 18개 입주업체들의 출자로 민영화 과정을 거쳤고, 지난 2002년 한주소금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한주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입주업체에 전기ㆍ증기·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 91년~98년까지 7년여에 걸쳐 자체 열병합발전소 1,2,3단계를 준공함으로써 석유화학공단에 안정적으로 유틸리티를 공급하는 확실한 시스템을 확보했다. ㈜한주는 지난해 115억원의 흑자를 내 20여년 만에 다시 흑자기업으로 돌아섰다. 과감한 구매시스템 혁신을 통해 마침내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한주 박실 사장은 "회사의 경영안정화는 안정적 유틸리티 공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이는 곧 국내 석유화학산업 발전에도 기여를 하는 것이어서 전 임직원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