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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을 출산한 직장인 이모(32)씨는 최근 COEX에서 열린 베이비페어 스토케 매장을 방문해 스토케의 콤팩트형 모델인 '스쿠트'를 장만했다. 최고 사양인 디럭스 모델 '익스플로리'가 169만원인 데 비해 99만원의 스쿠트는 스토케의 최저가 모델이지만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디럭스의 장점도 갖춰 실용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초 론칭한 스쿠트는 짧은 기간 동안 입소문을 타며 스토케의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씨는 "불황 이후 엄마들 사이에 무조건 비싸면 좋다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며 "기능 대비 가격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내 아이만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골드맘'들의 득세로 불황에도 무풍지대였던 고가 유아용품 시장에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던 프리미엄 시대가 저물고 가격과 품질을 앞세운 스마트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가 프리미엄 유아용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던 골드맘들이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다양한 정보 공유로 똑똑하게 따지고 사는 '스마트맘'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분유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추세다. 매일유업은 기존 프리미엄 분유 '궁'과 일반 분유 '명작'을 없앤 대신 이를 하나로 통합한 '앱솔루트 엄마가 만든 명작'을 리뉴얼 출시했다. 기능성 성분을 모유 수준만큼 늘려 품질을 향상시킨 원가인상분만 반영해 가격을 궁(3만2,200원)과 명작(2만3,900원)의 중간인 2만6,500원으로 책정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분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프리미엄과 일반으로 분유가 이원화돼 있지 않다"며 "가격 대비 성분과 기능을 꼼꼼히 따지는 엄마들이 늘면서 분유 업계 최초로 프리미엄이라는 명칭을 없애고 분유를 하나로 통합해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 정모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프리미엄을 선택하지 못해 느끼던 죄책감을 덜 수 있게 됐다"며 "과거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민감했던 엄마들이 다양한 정보 공유로 똑똑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200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모차 맥클라렌은 3~4년 전부터 불어닥친 고가 프리미엄 열풍으로 성장률이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가격 대비 실용적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심경식 맥클라렌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품 평가 리포트인'스마트 컨슈머'에서 맥클라렌이 가격 대비 실용성 등에서 만족도가 높은 스마트 유모차 1위로 꼽힌 후 판매가 급증했다"며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합리적인 가치를 따지는 스마트 소비, 착한 소비로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가 수입 유아 화장품에 밀렸던 국산 유아용 화장품도 최근 국산 화장품의 고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프리미엄=수입제품'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토종 유아 생활용품업체인 보령메디앙스 B&B는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전년 대비 30% 증가한 4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아울러 퓨어가닉ㆍ닥터아토 등 스킨케어 매출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해 선두권을 형성했다.
아가방앤컴퍼니의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퓨토는 지난 2009년 10월 론칭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00%씩 성장, 재구매율 60%를 자랑하고 있다.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첫 아이는 막연히 수입 브랜드가 좋다는 생각에 썼던 엄마들이 그동안 꼼꼼히 따진 결과 둘째는 한국 브랜드로 옮겨 오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