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KF-X 사업 수주 2파전 되나

KAL + 에어버스 출사표 던지고 독주 'KAI + 록히드마틴' 추격
美·유럽 8조원 시장놓고 공중전


공군의 한국형차기전투기(KF-X) 사업을 따내기 위한 수주경쟁에 2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기체 개발에 8조1,000억원, 무장 개발에 7,000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는 KF-X 사업의 초반 분위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독주. 그러나 이번주 중반부터 대한항공(KAL)과 유럽의 에어버스 컨소시엄이 도전하는 구도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KAL과 에어버스 양사는 지난 2일 오후 에어버스 한국지사에서 화상회의를 갖고 KF-X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전부터 실무작업을 병행해 오는 9일 마감될 입찰제안서 제출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AL과 제휴할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보잉사는 한국 공군이 도입할 예정인 공중 급유기 수주에 전념하기 위해 KF-X 사업에는 기술협력선으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KF-X 사업은 한국 기업은 KAI와 KAL, 외국 기업으로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유럽 에어버스가 경합하는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모양새는 2파전이지만 KAI 컨소시엄의 우위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KAI의 경험이 훨씬 풍부하다. KF-16 면허생산과 KT-1, T-50 시리즈, 수리온 기동헬기 등 고유모델을 설계·생산해온 기술인력은 국내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앞서 있다. 기술협력선인 미국 록히드마틴은 KF-16 개량사업은 물론 공군의 차기전투기(FX)로 확정된 F-35A 라이트닝 전투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사업 일관성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KAL은 오랫동안 미 태평양 공군의 창정비를 진행한데다 F-5E/F를 조립생산한 경험이 있지만 오래전의 일이다. 유사시 미 공군과 공동작전을 펼쳐야 하고 미국제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큰 형편에 유럽제 전투기가 비비고 들어올 여지도 넓지 않다. 기업의 신용도 역시 KAI가 높다.

물론 막판 변수는 남아 있다. 변수는 두 가지. 입찰금액과 기술이전 조건에 따라 기존 구도가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KAL 컨소시엄이 낮은 가격을 써내고 기술이전을 내건다면 향방은 점치기 어렵다. 에어버스는 고배를 마셨던 한국 공군의 FX 수주경쟁에서도 파격적인 기술이전을 제의한 적이 있어 이번에 어떤 카드를 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변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간 경쟁 구도에서 국제 역학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변수로 작용했던 게 재연될지가 관건. 최종 승자가 결정될 오는 6월 말께 누가 웃을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KF-X 사업 주관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싫지 않은 눈치다. 경합이 이뤄지면 기술이전 품목을 늘리고 사업비도 절감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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