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이 금융당국 싸움에 무관심한 이유


'금융감독위원회를 규탄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앞에는 지난달부터 험악한 글귀를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쌍용자동차의 회계조작을 금감원이 눈감아줬다며 항의하는 뜻으로 금속노조가 걸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으로 개편되며 사라진 조직이다. 사회 변화에 예민한 대형 노조가 헷갈릴 정도로 금융위와 금감원은 국민에게 비슷한 존재다.

남들이 알거나 말거나 금융위와 금감원은 15년째 밥그릇을 놓고 다투고 있다. 금융위 공무원은 민간기관인 금감원이 민간 금융회사를 제재하는 것은 틀렸다고 말한다. 제재권을 등에 업은 금감원 직원이 금융회사에 과도한 '갑질'을 하다 결국 낙하산으로 재취업해왔다는 게 금융위의 지적이다. 재취업한 선배 금감원 직원은 후배 직원의 감시로부터 금융회사를 지키는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 40대 이상 금감원 직원의 금융회사 재취업은 관행이었다.

공무원들의 속내에는 여기에 더해 또 하나가 숨어 있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선민의식(選民意識)'이 있다. "행정고시, 그것도 가장 어려운 재경직을 통과했는데…." 힘센 기획재정부에서 온 관료는 이런 생각이 더하다. 금감원 직원을 자신들의 '수족'쯤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금감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관료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출발했다. 카드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만 하더라도 정권차원에서 뒤로 미루면서 일이 커졌고 이것이 바로 관치의 폐해라고 주장한다. 피해의식까지 있다. 자신들이 금융위 대신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썼고 그 결과 금감원을 사실상 해체하는 감독체계개편안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금감원의 금품수수가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제재심의는 금감원 위주로 운영된다고 말한다. 금감원은 억울하다지만 일반 국민이나 정치권 등은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가 부실했다는 데 공감한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은 민원인을 상대한다는 이유로 소비자 보호 업무를 기피했다. 민원인이 연락하면 서로에게 떠넘긴 적도 많았다. 그런데 감독체계 개편을 시작하자 소비자 보호를 핑계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 다툼에 국민이 무관심한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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