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에 가격경쟁력조차 뒤지는 한국 제품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 사장이 “최근 르노삼성차의 핵심 부품 중 일부를 한국산보다 값이 저렴한 일본산으로 바꿨다”며 한국 자동차의 총체적 위기를 지적한 것은 엔저(低)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한국산 부품은 기술에서 뒤진데다 엔저로 가지고 있던 가격경쟁력까지 상실했다. 이 같은 현상이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도 없어 기업의 한숨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지난 5월 대일 수출이 5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줄었다. 엔저로 자동차 등 각종 부품을 자체 제작하거나 국내에서 조달하기보다 값도 싸고 품질도 좋은 일본산을 수입해 쓰는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부품소재 산업은 중국 제품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산 부품소재 수입액은 2000년 54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는 231억2,000만달러로 6년 동안 무려 326%나 급증했다. 이처럼 중국의 중저가품과 일본의 고가품 사이에 끼여 고전하던 한국 부품소재 산업은 품질이 좋은데다 이제는 가격경쟁력까지 가진 일본 제품의 공세라는 새 변수 앞에 속수무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수출은 중국에서 벌어 대일무역적자를 메워온 구조다. 최근에는 믿었던 대중무역흑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데 비해 대일무역적자는 엔저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부품소재가 우리의 주력산업인 컴퓨터ㆍ철강판ㆍ무선통신기기ㆍ선재봉강 및 철근의 거의 절반을 점유하는 등 한국 부품소재 수입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으로 대중무역흑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중저가품은 중국에, 고가품은 일본에 의존하는 상황이 더 고착되기 전에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도 능동적인 환율대책 등 위기의 부품소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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