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과감한 규제 완화 선행돼야 시간제일자리 지속창출 가능

[시간제일자리 느는데 제도는 구멍] ■ 재계 반응
인력 관리비용 늘고 복리후생 수준도 고민
'합리적 차등' 필요


재계는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이 고용률을 높이고 여성인력의 활용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비용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한 그룹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면 일단 절대적인 고용인력은 늘어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관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임금 총액은 근무 시간을 나눠 지급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인력관리를 위한 비용 증가를 기업이 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시간제 근무라는 제도의 효용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 일이라는 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많고 갑자기 돌발적인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하루 4시간이나 6시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든다"면서 "대기업들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취지는 좋지만 솔직히 생색내기용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한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 업무는 여러 업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중 특정 업무를 맡은 사람의 근무시간이 짧아질 경우 불필요한 로스 타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시간제 일자리 도입 과정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타임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를 어느 수준까지 차등을 둘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제 근로자가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풀타임 근로자와 모든 면에도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갈 경우 고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작게는 직원 선물부터 자녀 학자금 지원까지 여러 가지 복리 후생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재계 단체들은 지나치게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 팀장은 "시간제 근로자 운용이 부담이 될 경우 제도를 유지할 동력이 사라져 고용률 제고라는 정책목표도 결국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근로자들의 기여도에 비례해서 합리적인 차등을 둘 수 있게 하는 문화가 자리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적 환경 조성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10대그룹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야 하는데 이는 경제성장을 통해 투자나 고용 수요가 늘어날 때만이 가능한 것인 만큼 결국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 없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라고만 한다면 결국 아랫돌 빼서 웃돌 괴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해 사업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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