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면 누구나가 일상생활을 잠깐 접어두고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문득 누군가와 깊이 있는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한번쯤은 느꼈을 것이다.요즘 대다수 국민들은 씨랜드 유치원생 대형참사와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 등으로 인해 안타까운 충격에 빠져 있다. 꿈조차 채 펼쳐보지 못한 가녀린 생명들을 사지로 떠밀고 자기 이외에는 나몰라라 불의와 타협하는 일부 어른들은 우리 사회의 인간경시풍조와 황금만능주의가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측정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피동적으로 눌려 세상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텅빈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속에서 은근한 멋과 여유를 간직하고 매사에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의 미학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적지않은 금액을 불우 이웃에 기탁한답시고 호들갑을 떨고 사진을 찍어 온 세상에 자랑하는 천박함 보다는 차라리 아주 작고 진실한 것들. 한장 한장의 헌혈증서에 깊은 사랑을 담을 줄 아는 사람과 무명의 독지가를 우리는 더욱 사랑한다.
물론 사랑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지극한 정성과 인내 그리고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작은 배려와 자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배려는 자신의 이익에 앞서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이다.
삶의 의미를 모두 알고 물들어 버린 것만 같은 저 나뭇잎들이 겨울바람에 날려 떨어지기 전에 가식적인 「연저지인·(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을 뜻하는 고사성어)」의 마음이 아닌 작지만 진실된 사랑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朴元淳 SK생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