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공공기관도 고객 믿음 얻어야


산업혁명기를 생략한 채 갑작스럽게 서구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공공 주도로 국가를 경영해왔다. 요즘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요구 역시 매우 다양해졌다. 정부는 이런 국민의 요구에 관심을 갖고 10여년 전부터 '공공기관 고객만족도(PCSI)'를 측정하고 있다.

PCSI는 국민과 이용자 편에서 공공기관의 서비스가 얼마나 만족스러운 수준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지수를 바탕으로 공공기관들은 자신이 맞이하는 고객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PCSI 측정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1년간 공공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은 엄정한 마음으로 자기가 이용했던 공공기관의 만족도를 평가할 것이다.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도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다. 고객의 정기적인 만족도 측정, 전화 친절도 개선을 위한 미스터리 콜 측정, 고객을 가장해 서비스 대응 수준을 측정하는 미스터리 쇼핑 등의 방법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측정하고 서비스의 문제점을 파악한다. 요즘은 고객이 말로 표현하지 않는 속마음까지 파악하고자 다양한 기법을 개발해 측정에 사용한다.

보이지 않는 경쟁을 통해 공공기관의 서비스 수준은 개선되고 고객에 대한 만족도 개선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역시 만만치는 않다.

고객의 마음을 얻어 고객만족도 수준을 개선하고자 하는 업무를 담당해오면서 신(信)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백 가지를 잘하고도 한 가지 잘못하면 신뢰를 잃는다고 한다. 이런 관계는 진정 신뢰가 있는 관계인가, 이건 철저하게 이익에 기반을 둔 갑을(甲乙) 관계가 아닌가. 백 가지를 잘했으면 한 가지는 잘못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관계, 이런 관계가 진심이 담긴 인간관계가 아닐까 한다.

화가 난 고객과 오래 이야기해보면 그들이 화난 진짜 이유는 마음을 다쳤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다. 누구나 자존심을 다치면 분노가 쌓인다. 빠른 결과와 신속한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대화와 공감 쌓기에 투입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 늦기 전에 고객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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