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 마무리… 원인 규명 블랙박스에 달렸다

■ 아시아나 착륙 사고
NTSB "충돌 직전 두차례 복항 외쳐" 조종사 과실 암시
국토부선 "CVR 분석일뿐 다른 자료와 비교 필요" 밝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다 충돌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기에 대한 미국 조사 당국의 현장조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앞으로는 블랙박스 정밀 분석에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기 조종사가 충돌 직전 두 차례에 걸쳐 착륙을 포기하고 '복항(go around)'을 외쳤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데버러 허스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고조사 브리핑에서 "사고기의 블랙박스 음성녹음장치(CVR) 녹음 내용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했더니 충돌 3초 전 누군가가 '복항'을 외쳤고 1.5초 전에도 '복항'이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충돌 1.5초 전에 재상승 시도를 한 번 했던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

조종사들이 충돌 직전에야 잘못된 고도와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고 기수를 올리기 위해 시도를 한 것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녹음 기록에 따르면 고도 100피트, 충돌 9초 전까지도 조종사들의 대화에 속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허스먼 위원장은 또 충돌 34초 전인 고도 500피트 이전에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이 하강 속도가 낮다며 우려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동출력제어장치(오토스로틀)의 실제 작동 여부에 대한 논란에 대해 허스먼 위원장은 현재까지 조사에서는 각종 자동 계기는 비행 중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며 고장 징후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NTSB와 면담한 사고기 기장들은 오토스로틀을 정상적으로 켠 채 비행했지만 평소와 달리 착륙 전 속도가 뚝 떨어졌다고 진술해 기계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충돌 34초 전에 사고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의 눈에 비쳤다는 불빛은 시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도 NTSB의 일부 발표 내용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허스먼 위원장이 기기 문제없다고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는 비정상 요인은 없다는 뜻으로 블랙박스 기록 등 다른 자료와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도 500피트(152.4m), 충돌 34초 이전에 한 조종사가 하강 속도가 너무 늦다는 의견을 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착륙시 계기판 보면서 기장에게 보고하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충돌 9초 전에야 속도 문제 언급했다는 NTSB의 발표가 우리 측 과실에 무게를 둔 것이냐는 질문에 "말 그대로 CVR 분석 사실을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계질서 등 비행기 내 조종사 문화에 대해 지적한 일부 미국 보도에 대해 "1997년 대한항공 KAL기 괌 추락 사고 이후 조종사자원관리(CRM)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과거처럼 그렇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다"고 말했다.

NTSB는 현장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허스먼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요원은 워싱턴DC 본부로 복귀하기로 했다. 워싱턴DC 본부에서는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블랙박스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보통 항공기 사고 조사에 18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이번 사건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1년 안에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브리핑도 더 이상 개최하지 않는다.

미 조사 당국은 사고가 난 활주로 현장 조사도 끝내고 원상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항공기 잔해도 전날부터 치우기 시작했으며 11일(현지시간) 동체와 꼬리도 옮길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 총 6명과 중국인 12명, 미국인 3명, 태국인 1명 등 총 22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승무원 6명을 포함한 33명의 한국인 탑승객이 귀국한 상태다. 12일 오후에는 사고기 탑승 한국인 2명이 추가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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