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경시와 자살 방조… 부끄러운 자화상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자살을 예고한 뒤 지난 26일 한강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린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과 관련된 두 컷이다. 문제의 첫번째 사진에는 난간에 매달린 성 대표를 촬영하는 세 사람 등 네 사람이 담겨 있다. 두번째 사진은 성 대표가 뛰어내린 순간을 포착했다.

성 대표의 생사는 지금 알 수 없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상은 물론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했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성 대표가 장마로 불어나고 유속이 빨라진 한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다면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뭔가. 사람이 투신한다는데 태연히 촬영을 하고 있다니 말이 안 나온다.

더욱이 그들 중 두 사람은 남성연대 회원이고 남은 한 사람은 국영 공중파방송의 카메라맨이라고 한다. 아무리 보도가 중요해도 카메라 찬스가 사람 목숨보다 귀한가. 마땅히 자살방조죄로 다스려야 한다. 그런 필름을 찍으려고 TV수신료 올리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수색에 최선을 다했다는 경찰과 소방당국도 그렇다. 며칠 전부터 자살이 예고됐고 단체 관계자와 방송사까지 현장에 있었다면 마포대표 밑에서 대기했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은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남성연대를 운영하다 자금압박을 받게 된 성 대표가 자살의도도 없이 자신의 수영실력을 믿고 주위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일을 벌였다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투신 직전에 바짓단을 묶은 것이나 회원들의 증언이 그렇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일단 성 대표가 수영을 해 한강을 빠져나왔기를 바라지만 그 전말 역시 제대로 알려야 한다. 한때 언론에도 적지 않게 소개된 시민단체의 수준이 한강 투신행위를 수단으로 삼을 만큼 한심한 것인지 씁쓸하다.

성 대표 투신사건의 동기와 실행ㆍ수습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 사후약방문 격인 재난구조 시스템과 개인의 도덕률까지 모든 게 담겼다. 막가는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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