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바닥 기는 자회사 대대적 혁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진정한 메가뱅크 되려면 소매·도매금융 조화돼야
KDB다이렉트 금리 유지


정권 말 '레임덕'은 대통령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권 교체와 함께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부처 장관, 공공기관장,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도 레임덕을 겪는다. 주요 현안들은 정권 말이라는 이유로 대선 이후로 미뤄지기 일쑤고 세간의 관심은 온통 대선 이후 인사구도에 쏠리기 마련이다.

강만수(사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만은 다소 예외다. 비록 강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기업공개(IPO)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반대로 추진동력을 상실해가고 있지만 정권 말이 될수록 강 회장의 '금융 CEO'로서의 발걸음은 도리어 빨라지고 있다.

'금리파괴' 바람을 몰고온 'KDB다이렉트' 예금으로 무려 2조원에 이르는 시중 자금을 단숨에 빨아들이더니 최근에는 월스트리트의 유명 펀드매니저인 데이비드 전을 자회사인 KD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하는 등 자회사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8일 산업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만난 강 회장은 IPO가 무산되는 분위기에 대해 언급을 꺼리면서도 금융권에 금리파괴 바람을 몰고온 KDB다이렉트 예금, 산업은행 혁신에 대한 비전을 거침없이 설파했다.

◇가계ㆍ기업금융 조화된 메가뱅크가 대세=요즘 산은지주의 최대 화두는 IPO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산은지주 내부에서도 IPO의 당위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공공기관 민영화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며 제동을 걸면서 산은지주 IPO는 또다시 금융권의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일단 "IPO는 전적으로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IPO는 정부가 추진하고 산은지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집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법을 바꿔 민영화를 무산시키거나 일정을 늦춘다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가뱅크'로 화제를 돌렸다. 강 회장은 "메가뱅크란 단순히 덩치만 큰 은행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소매금융(가계금융)과 도매금융(기업금융+투자금융)이 조화된 은행이 진정한 메가뱅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려던 것도 소매와 도매금융이 조화된 은행을 탄생시키려면 우리금융지주와 산은지주의 조합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산은지주의 합병이 유일하고도 최선의 선택(Only and Best Choice)이라는 외국 컨설팅사의 보고서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못내 아쉽다는 얘기다.

미국이 은행의 위험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볼커롤'도 언급했다. 그는 "볼커롤의 취지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소매금융을 리스크가 큰 도매금융을 조화시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은행산업도 이런 국제적 추세를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메가뱅크에 대한 그의 소신은 자연스럽게 산은의 역할론으로 연결됐다. 산은이 국제 금융시장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산은의 자본구조가 튼튼해 별 문제가 없지만 향후 추가 자본이 필요할 때 시장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출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메가뱅크를 통해 IPO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역설한 셈이다.

◇KDB다이렉트 금리 유지할 것=강 회장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최대 연4.5%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KDB다이렉트 상품 때문이다. 예금 유치를 위해 '역마진'을 초래하면서까지 무리한 금리의 예금상품을 내놓아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는 비판론과 금융소비자에게 파격적이 혜택을 부여하고 금융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긍정론이 엇갈린다. 요금 시장의 관심은 산은이 언제까지 KDB다이렉트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더구나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정상화 기조에서 금리인하로 유턴한 상황에서 KDB다이렉트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실무진에 금리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면서도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산은은 다른 은행과 달리 지점 수가 적어 운용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데다 대출 역시 정부 보증기관에 아웃소싱해 비용이 적게 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산은지주 자회사들 대혁신하겠다=산업은행ㆍKDB자산운용ㆍKDB생명보험 등 자회사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강 회장은 이 부분에서 자회사들의 '실력'에 대해 적나라하게 얘기했다.

그는 우선 KDB자산운용과 KDB생명보험에 대해 "두 회사 모두 업계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KDB자산운용이 수익률은 업계 18~20위 수준이고 KDB생명의 상품 구성은 형편없을 정도"라며 "조만간 두 회사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다만 산은의 전체적인 힘에 대해서는 자신했다. 그는 "산은은 이미 도매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소매금융만 강화하면 세계적인 은행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노하우와 고급인력이 필요한 도매금융은 단기간에 육성하기 힘들지만 소매금융을 다소의 시간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며 "산은은 이런 점에서 다른 은행보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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