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퇴직연금제 도입 ‘미온적’

오는 12월 퇴직연금 시행을 앞두고 증권ㆍ보험ㆍ은행 등이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 도입’을 권유하고 있지만 상당수 금융사들도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앞으로 5년이라는 시간이 남은데다 노조와의 합의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월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10년부터는 제도도입이 의무화된다. 금융기관들은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기업대상 설명회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지만 정작 자사에는 제도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최근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한 기업체 노조 간부는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명회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금융기관마저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는데 하물며 일반 기업이 앞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퇴직연금 설명회장에서 ‘해당 금융기관은 언제 도입할 것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확실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12월에 맞춰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운용은 지난 21일 퇴직연금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상품을 만들어 기업이나 신탁사에 공급해야 하는 자산운용사가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명회’ 등을 개최한다는 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삼성과 미래에셋은 기존 퇴직금제도를 내년 초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대신과 CJ투자ㆍ굿모닝신한 등은 내년 DC형 퇴직연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는 퇴직연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공기업 노사는 물론 퇴직연금상품을 만들고 판매ㆍ관리하는 금융기관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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