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중기씨 타운홀 미팅] 우수중기 정보 찾기 쉽게 하고 연고지 따른 차별 없앴으면

청년취업·중기 인식개선 위해 워크넷 등 시스템 홍보 필요
타지역 구직자 취업문 넓혀야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행복한 중기씨 청년일자리 창출 타운홀 미팅'에서 대학생 블로그 운영진 5기생들이 청년 취업문제, 중소기업 인식개선 등에 대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펀미디어

"우리나라는 체면 문화가 강한 것 같아요. 가고 싶은 중소기업이 있어도 부모님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라고 막으세요."(이원석ㆍ서울시립대 법학과 3년)

"주변에 중소기업 취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어요. 취업박람회 때도 항상 대기업만 찾아오는데 중소ㆍ중견기업은 왜 대학을 안 찾아오는지 모르겠어요."(김윤지ㆍ이화여대 경제학과 2년)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행복한 중기씨 청년일자리 창출 타운홀 미팅 현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일자리창출분과 위원들을 마주한 중소기업중앙회 '행복한 중기씨'대학생 블로그 운영진 5기 학생들은 청년 취업문제와 중소기업 인식개선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학생들은 우선 우량 중소ㆍ중견기업의 홍보 취약성과 정부의 지원 부족을 꼬집었다. 김성훈(건국대 경제학과 3년)씨는 "취업할 때 왜 학생들이 흩어져 있는 기업 정보를 어렵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편물 검색처럼 정부에서 기본적인 기업 정보를 통합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석씨는 "고용노동부의 워크넷 시스템을 사용해봤는데 중소ㆍ중견기업 정보를 얻는데 유용했다"며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시스템의 존재를 모른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용한 청년위원회 일자리창출분과위원장은 "좋은 중소ㆍ중견기업이 많은데 취업준비생은 물론 일반 국민들은 당장 아는 중소기업 20개를 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 시스템 홍보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방 기업들이 지역 연고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변준석(울산대 글로벌경영학과 3년)씨는 "부산 출신인데 서울에서 취업도 어렵지만 학교가 있는 울산에서도 현지 출신 학생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며 "다른 지역에서 온 구직자들은 어려움을 더 크게 느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목표가 무조건 대기업 취업도 아닌데 조건이 괜찮은 중소ㆍ중견기업들조차 연고지가 다르면 고용을 꺼리니 갑갑하다"고 덧붙였다.

중소ㆍ중견기업 복지 향상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김언화(서강대 경영학과 3년)씨는 "대기업처럼 휴가ㆍ복지 등을 정해서 주는 게 힘든 중소ㆍ중견기업은 여러 옵션으로 나눈 복지제도를 둬 근로자가 이를 선택케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복지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중소ㆍ중견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연세대 교환학생인 하지향(미국 와이오와대 3년)씨는 "일자리 미스매칭이 이슈이긴 한데 리더가 자주 바뀌다 보니 정책 일관성도 없고 성과주의에만 빠지는 것 같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토익ㆍ학점뿐 아니라 대외활동까지 스펙화되면서 청년들이 숨조차 쉴 수 없다는 것. 허진호(건국대 경제학과 2년)씨는 "한 은행권 부장과 면담을 했더니 인재 뽑을 때 스펙 많이 안본다며 시베리아 횡단, 미식축구 대표 경력을 가진 직원 얘기를 해주더라"며 "오히려 그런 경험을 쌓는 게 더 힘들다고 느꼈는데 그렇다고 진실성 없이 억지로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언화씨도 "올해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는데 스태프들이 스펙을 쌓는다고 생각하며 완주하라고 말하더라"며 "참가비까지 있었는데 그들이 스펙 제공자로서 우월한 위치에 선 느낌이었다"고 소개했다. 송미림(경희대 경제학과 3년)씨는 "요즘엔 대학 동아리조차도 취업ㆍ스펙에 도움된다는 것을 주로 홍보한다"고 답답해했다.

취업전 진로 탐색 기회를 받고 싶다는 요구도 상당수 나왔다. 아직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김성훈씨는 "목표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하기 전에 현실에 맞춰 모두가 획일적인 스펙을 쌓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며 "직무적성ㆍ진로탐색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영실(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씨도 "토익학원에 가면 대다수 사람들이 모두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왔다는 생각에 깜짝 놀란다"며 "중소ㆍ대기업 문제 이전에 진로 탐색기간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목표를 일찌감치 정하면 선택의 폭은 의외로 넓어질 수 있다"며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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