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후보 사퇴] "밀실·깜깜이 더 이상 안돼"… 청와대 인선시스템 개혁 목소리 거세져

비서실장·민정·정무수석 등 10여명만으로 인사위 구성
박근혜 대통령 보안 중시에 여론수렴·검증 과정도 생략
잇따른 '부실 인선' 책임… 김기춘 실장 경질론 확산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마저 역사인식 논란으로 자진사퇴함에 따라 청와대의 폐쇄적인 인선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또 인물 추천과 검증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잇따른 '부실인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준 만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실장이 그동안 무게중심을 잡고 청와대를 꾸려온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문 후보자 낙마로 국민들의 민심이 점점 이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참모로서의 도리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들만의 인선시스템 개혁 시급=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부실한 인선시스템이다. 특히 총리 후보자 2명이 연이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도 못하고 중간에 낙마한 것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로 꼽힌다. 이에 더해 교육·사회·문화 부총리를 겸하게 되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고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지난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전달자 역할을 했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 인선시스템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인사위원회가 개방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채 폐쇄적으로 '그들만의 인선'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공식 라인인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비선(秘線) 라인'을 통해 은밀하게 인선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박 대통령이 총리·장관 후보자에게 하루 전에, 또는 몇 시간 전에 인선 내용을 통보하는 등 보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충분한 여론 수렴과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리 후보자의 경우 인사위원회 대신 철저한 보안 속에 별도의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며 "장관 후보자도 담당 청와대 수석들이 인선 내용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사위원회 핵심 멤버는 위원장인 김 실장과 국정기획·민정·정무수석, 김동극 인사위 비서관 등이며 인사 대상에 따라 관련 수석이 참석한다. 통상 10여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여론을 수렴하거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다 보니 '밀실 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중앙인사위원회처럼 인선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인선 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기춘 실장 경질론 확산될 듯=세월호 사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단행한 3기 청와대 비서실 개편에서 김 실장을 유임시켰지만 이번 문 후보자 사태로 경질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실장이 현안들을 일일이 챙기며 청와대 기강을 확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월호 참사와 문 후보자 사태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만큼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집권 1년 반 동안 인사참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수첩이나 비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만 의존하는 인사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며 "김 실장이 물러나고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는 현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김기춘 사수'에 나섰던 여권에서도 문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김기춘 경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의 책임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있다"면서 "근본적인 책임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있고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 책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