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노인 등 취약층만 노려 휴대폰 6000여대 불법 개통

미개통자 골라 주민증 위조… 검찰, 46명 사법처리

전화가 없는 노인 등 취약계층만 노려 6,000여대의 휴대폰을 불법 개통한 뒤 이를 팔아치운 사기조직이 적발됐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문서위조, 사기 등 혐의로 김모(40)씨 등 25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46명을 사법처리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불법유출된 주민증 사본을 이용해 모두 약 6,000대의 휴대전화를 불법 개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기조직은 과거보다 여러모로 진화한 수법을 보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우선 휴대폰 개통책은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 가운데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은 '무회선자'의 정보만 뽑아내 범행을 저질렀다. 기존에 개통한 사람은 몰래 새 휴대폰을 만들어도 이 사실이 자동 통보되기 때문에 애초에 휴대폰이 없는 사람만 범행 타깃으로 잡은 것이다.

또 개통한 휴대폰을 팔아치우기 전에 유심칩과 단말기 고유식별번호를 미리 준비한 중고 휴대폰에 옮겨놓고 새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통화량을 발생시켰다. 이는 개통 휴대폰이 3개월 간 일정 통화량이 없으면 통신사에게 받은 개통 수수료를 환수당하는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주민증 위조책들은 유출된 개인정보 등을 플라스틱에 홀로그램까지 입혀 인쇄해 감쪽같은 주민증을 만들었다. 검찰은 "그간 주민증 위조는 중국에서 주로 이뤄졌으나 국내에도 위조 기술이 보급돼 범행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 대부분이 지방 소재 병원이나 요양원, 양로원 등에 거주하는 사회 취약계층이었다. 이들은 휴대폰 개통 사기로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단말기 요금과 통신요금 '폭탄'을 맞는 등 정신적 피해에 시달려야만 했다. 40억원 상당의 경제적 피해는 통신사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명의를 도용 당한 휴대폰의 경우 단말기값, 개통 수수료, 통신요금 등을 결국 통신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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