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오보에 대한 반성

송영규기자 <국제부>

“중국이 위앤화를 다음주(5월18일)에 절상한다.”(블룸버그 통신) “미군이 코란을 화장실에 놔두고 변기에 버리기도 했다.”(뉴스위크) 최근 전세계를 들끓게 한 두개의 대형 ‘오보’들이다. 모두 취재원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충분한 검증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기사화됐다. 한마디로 ‘특종’에 대한 집착이 낳은 대형 사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눈길을 잡은 것은 오보를 처리한 두 언론사의 대응 방식이었다. 뉴스위크는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코란 모독 기사를 철회한다”는 편집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중국 인민은행과 인민일보가 공식 부인을 하자마자 “오역에 의한 잘못된 보도”라는 사과성 멘트를 날렸다. 만약 이러한 오보를 국내 신문이 했다면 어땠을까. 최근 대법원에서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다룬 이른바 ‘병풍(兵風)’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의혹을 직접 보도했던 것은 모 인터넷 매체와 주간 언론사였지만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은 이를 사실인 양 보도했고 그것이 선거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 이후 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보도를 한 언론사나 기자는 하나도 없었다. 한 언론사가 보도를 하기는 했지만 그 조차도 정부 비판용으로 사용됐을 뿐 자기 반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대학교 동창이 기자에게 “네가 쓴 기사 100% 진실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불행히도 이 질문에 “그래”라고 답할 수 없었다. 1년 전에 증권과 관련된 대형 오보를 낸 적도 있었고 잘못된 분석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낸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보를 시인하고 사과합니다”라는 반성문을 쓴 기억은 없다. 당시에는 그저 감추고 싶었고 그와 관련된 정정보도 요구만 안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너무 늦은 것일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