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고립 '공포의 14시간'

폭설로 호남고속道 일부구간 정체… 노약자·어린이 '탈수'
"지난해 경부고속道 사태 재현" 분통

광주.전남지역에 기록적인 폭설로 21일 오후부터 호남고속도로 곡성-태인 구간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원덕터널에 차량들이 고립돼 있다. 원덕터널에 진입한 차량들은 약 4시간 가량 고립돼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장성=연합뉴스

"그야말로 악몽 같은 밤이었습니다" 호남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호남고속도로 전북 정읍시 호남터널-전남 장성군 백양사 IC 구간에 고립됐던 운전자들과 탑승객들은 22일 오전 4시까지 14시간동안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속도로 위에서의 기나긴 악몽은 21일 오후 2시께 빙판길 교통사고로 인한 차량 정체와 갑작스런 폭설이 맞물리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전북 정읍시 호남터널 인근의 오르막길에서 차량이 잇따라 멈춰서고 일부 운전자들이 차량 우회를 거부하며 고립 차량이 1천여대로 급격히 불어났다. 일부 차량은 자동차 연료가 떨어지면서 차량 시동도 제대로 켜지 못한 채 추위에 떨어야 했으며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탈수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주-정읍 구간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서전주 IC 인근에서도 800여대의 차량이 고립된 채 고속도로 위에서 밤을 샜다. 고립사태가 장기화되자 도로공사측이 먹을 것과 옷가지 등을 나눠주며 긴급 구호에 나섰으나 현장 접근이 어려운데다 구호품마저 턱없이 부족해 큰 도움이 되지못했다. 도로공사측은 또 제설작업을 위해 차량을 우회해줄 것을 설득했으나 국도 역시 막힌 상태여서 운전자들의 반발만 사기도 했다. 기나긴 악몽의 밤은 광주 방향의 제설작업이 일단락된 이날 오전 4시를 전후해끝이 났다. 운전자 강모씨(56.정읍시 수성동)는 "추위와 두려움에 떨며 밤을 꼬박 지샜다"며 "지난해에도 폭설로 경부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고립돼 '후진국형 사고'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올해까지도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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