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출전선] "가격 경쟁력 너무 떨어져… 더 버티기 힘들어"

■중소 수출업체 하소연
품질로 밀고 나가는 데 한계
中·베트남산에 설자리 잃어

"역대 최고 수출이라고요. 말도 마세요. 현장은 전혀 그런 분위기 아닙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고집하며 품질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걸던 국내 수출기업들 상당수가 "지금까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그럭저럭 버텼지만 이제는 그마저 힘들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대미 수출 호조로 지표상 수출경기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을 주 무대로 하는 기업들의 실적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종이컵과 페트(PET)병을 제조해 중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A사 대표는 "국내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내보내면 가격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품질로 밀고 나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소 질이 떨어지는 품질의 값싼 중국산과 베트남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다. 7,500~8,000원 정도의 가격으로는 6,500원 이하의 제품들과 더 이상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사는 지난 2012년 1,200만달러였던 수출실적이 지난해 1,100만달러로 떨어졌고 올해는 800만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도 문제지만 영업이익도 추락 중이다. 같은 금액의 물량을 일본에 수출해도 엔저로 손에 쥐는 대금은 예전에 비해 많게는 10% 가까이 줄어든 탓이다. A사는 한국산 원자재를 포기하든지 아예 생산라인을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계용 첨단 레이더장비를 수출하는 B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러시아와 중국·미국이 주요 수출국인데 러시아 경기가 좋지 않고 중국도 시장이 얼어붙어 매출이 최대 80% 감소했다. 이 회사 역시 2012년 2,4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1,900만달러에 이어 올해는 800만~900만달러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도 고정비는 그대로 나간다"며 "그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해 올해는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외에 경기도 남양주에서 사무용 가구를 제조해 수출하는 C사는 마진을 줄여 신제품 가격을 낮췄음에도 실적이 부진하다고 토로했고 경기도 용인에서 의료용 기기를 다루는 D사는 최근 부득이 직원의 20% 정도를 감원했다. /세종=권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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