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특허소송 배심원평결에서 승리를 거둔 애플이 후속 조치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금지를 서두르고 있다. 타깃은 삼성 갤럭시S2 등 8개 모델에 달한다. 다만 최신 전략폰인 갤럭시S3는 제외돼 그나마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갤럭시S, 갤럭시S 4G, 갤럭시S2, 갤럭시 프리베일, 드로이드 차지 등 8종의 삼성 스마트폰에 대해 미국 내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 냈다. 담당 판사인 루시 고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 심리를 다음달 20일 열 예정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평결 받은 모델 28종 중 비교적 최신 기종을 골라 판매금지 요청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의 제품 28종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약 1조2,000억원의 배상금을 낼 것을 결정했었다.
애플이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제품 중에는 가장 최신 기종인 갤럭시S3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마크 뉴먼 스탠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판매금지로 인한 삼성전자의 손해는 영업이익의 1.4%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새 제품과 앞서 출시한 휴대폰 모델 중 80%를 판매 금지하는 데 성공해야만 삼성전자 영업이익 6.3%에 달하는 손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또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 침해 요소가 있는 부분을 수정해 시장에 다시 내놓는 방안을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협의 중이다. 최대한 손해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원이 애플의 이번 가처분 신청을 인정할 경우 삼성전자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벤저민 레이치는 "애플의 경쟁사들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더욱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품 출시 시기가 늦춰지거나 개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애플의 승리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운영체제(OS) 윈도모바일 진영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노키아는 다음달 새 윈도모바일 스마트폰을, MS는 오는 10월 태블릿PC '서피스(Surface)'를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