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고 한다. 세금이 계획대로 걷히지 않는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불황 여파때문이다.장기 경기침체로 실업이 늘고 임금상승이 둔화되는가 하면 소비가 줄고 사업이 잘 안되니 세수가 줄어드는건 당연하다. 세수가 부진하면 나라 살림이 어려워져 계획된 국책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원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세수는 23조5천5백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가 줄었다. 이같은 세수 감소는 90년대 들어 처음이다.
세목별로는 실업증가 임금상승 둔화 등으로 소득세가 5.6% 감소했고 수출부진 재고증가 등의 요인으로 법인세가 31.7%나 줄었다. 특히 경기를 잘 타는 특소세 주세 등도 크게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세수결함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93년 불황기에 비해서도 2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세수가 줄면 정부가 재정집행을 감축 또는 유보하든지 세금을 무리해서라도 더 거둬들이든지 해야 할 것이다. 세수를 늘린다는 것은 사정없는 쥐어짜기가 될 수밖에 없다. 세금 신고분에 대해 까다롭게 따지고 세무조사도 강화해야 할 터인데 그러다 보면 조세마찰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불황기를 감안하면 무리수가 아닐 수 없고 더욱이 대통령 선거철을 앞두고 있어 어려운 선택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씀씀이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국제수지 적자가 늘고 재고증가 소비위축 등 경기가 어려울때는 정부나 가계 할 것 없이 지출을 억제하는게 정도일 것이다. 재정집행을 이미 2조원 줄인다고 했는데 다시 2조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외면할수는 없다. 국가적 과제인 경쟁력향상과 구조조정을 늦출수도 없다. 고비용구조 혁파에 필요한 투자나 국책사업, 특히 사회간접 자본시설 확충은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세수 부진을 탓할게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나 정부 보유주식의 매각등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세수부족은 올해 재정의 비상으로 끝나지 않고 내년 예산편성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지만 세수증대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초 긴축예산으로 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도 당초 올해보다 9% 증가로 잡았다가 5∼6% 증가선으로 축소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성장에 물가안정을 정책기본으로 하고 있는 마당이니 초긴축 재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거품 경제에 바탕한 팽창 재정의 후유증이 가져오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살리기의 핵심인 허리띠 졸라매기이고 정부가 솔선해 보여줘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