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커지는 통상임금

상반기 입법 사실상 무산에 노사 갈등 고조


통상임금 관련법의 상반기 입법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노사 간에 일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모호한데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속한 입법화를 통해 그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임단협을 시작하는 노사 간에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현재 모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기업들은 정부 가이드라인대로 '퇴직자에게도 근무 일수만큼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만 통상임금이다'는 입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13일 정치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여야의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데다 가이드라인만 내놓은 정부는 입법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상반기 중 통상임금 관련법의 입법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현재 정기상여금을 무조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과 정부가 '재직자에게만 주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단하면서 가중되고 있는 현장의 혼란을 입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이드라인대로 라면 재직자는 물론 퇴직한 사람에게도 근무일 수만큼 상여금을 줘야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약 1,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의 사업장이 정기상여금을 퇴직자에게 일할지급(근무 일수만큼 지급)하지 않고 재직자에게만 주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정부지침만 존재하는 현재 상황대로라면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는 사업장은 33%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따라 입법을 통해 고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올해 임단협에서 상여금 지급기준을 바꿔 통상임금 범위를 늘리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섣부른 입법보다는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여야는 물론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입법 합의가 쉽지 않다"며 "정부 지침을 바탕으로 올해 임단협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협의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사정 소위는 활동이 종료되는 15일 전까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합의 도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현안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대통령 자문 기관)로 이관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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