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은행연합회와의 협의를 거쳐 발표한 당좌개설요건개선방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법인과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개인은 보증금을 내고 쉽게 당좌예금을 개설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재무와 신용상태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이 붙게된다. 2년연속 이익을 내지못해 자본이 잠식되거나 부채비율이 동종업계의 1.5배를 넘어서면 어음발행과 교부가 제한된다.신용이나 재정상태가 나쁜 영세업체나 무자격업체들의 어음발행은 차단되는 셈이다. 따라서 신용도가 낮은 업체의 어음남발에 따른 연쇄부도 위험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어음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데 이어 나온 이번 개선안은 어음비중이 큰 상거래관행을 바꿀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재정상태가 나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는 매출실적이 적을 소규모 신설기업과 유망 벤처기업의 창업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장기적으로 어음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금거래에만 의존하게될 경우 영세기업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장래성있는 유망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는 조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특히 대우사태 이후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않도록 치밀한 대책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주로 영세기업의 어음발행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어음제도를 축소·폐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기업간의 자금결제수단으로 오랜 관행으로 정착된 어음제도를 당장 폐지할 경우에 미칠 상거래위축, 신용경색 등을 감안할때 이같은 단계적인 접근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어음제도의 개선과 함께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에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들로 부터 받는 어음의 만기는 지난해 평균 5개월이나 되어 엄청난 이자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의 하도급횡포를 막는 불공정거래관행 조사 및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납품때 현금결제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보완책이 나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