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의 뷜렘 뷔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착륙이 2년 안에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기침체 확률을 55%로 예상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했다.
세계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개별국의 침체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 상태를 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빠진 지난 2009년의 성장률은 0%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는 8~10년을 주기로 발생한다. 경기 사이클로 보면 세계 경제는 대침체 이후 6년째를 맞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글로벌 침체 우려의 핵심 요인이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총수요 감소는 이미 지구촌 곳곳에 타격을 주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중순부터 폭락했다. 이는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자원부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원자재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 등은 1분기와 2분기에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톈안먼 사태 다음 해인 1990년(3.8%) 이후 가장 낮은 7% 이하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이보다 낮은 성장률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주식시장의 폭락세가 전개됐으며 이는 실물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5% 정도로 떨어지면 경착륙에 해당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5% 수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3~4% 수준으로 각각 예상했다.
최근에 중국에서 나온 무역지표와 제조업 지표도 어둡다.
지난 8월 중국의 수출과 수입은 각각 6.1%, 14.3% 감소했다. 8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3으로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를 통해 중국이 세계 GDP를 침체로 밀어넣고 있다면서 일례로 철강 수출을 꼽았다. 저렴한 가격으로 철강을 수출하는 중국의 무역흑자는 늘어나는 대신에 세계 나머지 국가의 GDP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중국이 일으키는 침체는 지난 1930년 대공황 이래 이따금씩 우려됐던 것으로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이 촉발되는 것이다”라면서 “대공황 때만큼 급격하지 않겠지만 과거에는 미국이 그랬듯이 이번에는 중국이 거품을 터트려 다른 국가로부터 이익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중국이 ‘갑작스럽고 무책임하게’ 위안화 절하에 나서면서 다른 교역상대국들도 (환율전쟁을 통한) 보복에 거림낌이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한 달 사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0.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일부터 9일 사이 32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로 나왔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3.0%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09년 4월 이전만 해도 세계 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면 글로벌 침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전 세계 경제 침체기로 평가됐던 2001년과 2002년의 성장률은 각각 2.5%와 2.9%였다.
ING와 IHS 글로벌 인사이트, 크레디트스위스 등의 전망치가 2.5%로 매우 낮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6%였고, JP모건체이스도 2.9%로 3%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BMO캐피털과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노무라, TD증권 등은 모두 3.2%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착륙으로 글로벌 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본 씨티그룹은 지난달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이사 출신인 씨티그룹의 빌렘 뷔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순환적으로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면서 “러시아와 브라질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까지 무너지는 것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영란은행이 올해 또는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글로벌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 한다면 내년 하반기에 다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은 중국이 경착륙에 직면할 가능성은 30%이며, 경착률이 세계 경기의 침체를 가져올 확률은 이보다 약간 높은 33%라고 평가했다.
SG는 올해 성장률 5%, 내년 성장률 4%를 중국의 경착륙이라고 진단했다.
SG는 중국이 통계를 조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종합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에 대한 조정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최근 몇분기 성장률은 발표된 것보다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반기 성장률은 7%가 아닌 6% 수준일 것이라면서 상반기 금융부문이 GDP의 1% 포인트 가량 끌어올렸지만 이런 상황은 지속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중국, 착각의 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착륙으로 인한 세계 성장률이 2%로 낮아질 가능성까지 있다고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교역이 약화한 것은 중국의 수입 감소 때문만은 아니라면서 2분기에 러시아를 중심으로 브릭스 국가에서 수입이 0.9%포인트 줄었다고 말했다. 브릭스가 아닌 13개 신흥국의 수입규모도 2.2% 늘어난 것에 그쳐 장기 평균인 8%에 크게 못 미쳤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등의 금리 인상 과정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유로존이나 일본 등에서는 대규모 통화부양책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