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경감을 목표로 영어 수능 절대평가 등 쉬운 시험 기조를 주창해온 교육부가 다른 한편으로는 심화 선행학습이 요구되는 엘리트 영재교육 확대에 발 벗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말 '2014년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영재교육 수혜비율을 3%로 확대하는 내용의 영재교육 활성화 항목을 처음으로 신설한 뒤 최근 이 같은 기준이 포함된 시도교육청 정량평가를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교육청 평가 기본안을 지난해 8월 사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영재교육 활성화 항목은 예고기간 없이 즉시 적용해 이달 초 각 교육청으로부터 영재교육 자료 제출을 마무리했다. 교육부는 해당 지표가 포함된 정량평가를 마무리하고 지표 이면을 보는 정성평가를 거쳐 오는 3월 2014년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해당 항목은 시도교육청의 영재교육 대상자 수혜비율을 3%로 확대하고 예산을 매년 0.02%씩 늘릴 경우 만점(1점)을 주는 내용이다.
교육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각 교육청에 영재교육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영재교육 비율은 영재학교와 영재교육원·영재학급 등을 포함해 1.87%(2013년 기준)로 목표를 맞추려면 관련 시설의 신설 또는 확대가 불가피하다. 교육청 평가 순위가 통상 소수점 단위로 갈리는데다 1위와 17위 교육청에 지급되는 특별교부금이 70억~80억원가량 차이가 나 교육청으로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지침이 초·중학교급 영재학교 신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는 고교 단계인 영재학교를 초·중학교로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학교급별로 도입할 수 있다고 본 상위법과 고교로 명시한 하위법의 충돌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이지만 관련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영재학교 신설이 가장 주목된다는 것이다. 영재학급(2,651개)은 별도의 수업료가 필요해 교육비 부담 증가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영재학교는 8개(내년 개교 예정 포함)에 그치는데다 다른 기관과 달리 고교에서만 운영된다.
특히 교육계는 이번 지침으로 영재학교와 교육원 입학을 위한 수학·과학 분야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재학교는 대학 과정의 심화학습이 가능한데다 사교육 우려로 과학고 입시에서 사라진 캠프 형태의 집중평가 등을 거쳐 학생을 선발한다.
이 밖에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으로 교육과정 축소에 나서면서 심화학습이 가능한 집단을 더 늘릴 경우 교육 기회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학원가에서는 선행학습으로 영재교육원에 입학해 영재학교로 진학하는 대입 전략이 더욱 불붙고 있다"며 "영재교육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도 "영재교육 시설은 지난 10년간 이미 8배나 늘었다"며 "기타 시도에 비해 수혜율이 낮은 편이지만 교원 확보부터 어렵고 사교육 증대 우려도 커 당분간 더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